한국은행의 안정화 조치에도 채권시장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50조원을 투입하는 정부 대책이 발표된 이후 처음 열린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액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공사채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에서도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와 한화그룹의 합작회사인 통영에코파워는 27일 열린 51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채는 한화에너지가 지급보증을 해 A+급 신용도가 책정됐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AA-급 이상)에 속하지는 않지만 채권시장 회복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운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 역행하는 데다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량 신용도를 갖춘 공기업도 채권 발행 목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교통공사(AA+급)는 3년 만기 290억원어치를 목표로 입찰을 했지만 100억원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발행 금리도 크게 뛰었다. 대구교통공사의 3년 만기 개별민평(민간 평가회사들이 책정한 평균 금리)보다 1.3%포인트 높은 연 6.7%로 매겨졌다.

한국가스공사(AAA급)는 이날 입찰을 통해 2년 만기 1400억원, 3년 만기 500억원, 5년 만기 4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애초 예상보다 발행 규모를 늘렸지만 높은 금리에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5년 만기는 연 6%가 넘는 금리에 낙찰됐다.

전날 한국공항공사 채권이 AAA급 공사채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6%를 넘어서는 등 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도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DB금융투자가 보증한 스펠바인드제16차 ABCP가 연 20% 금리에 거래됐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연구원은 “만기가 이틀 남은 매물이 급하게 거래되면서 금리가 치솟았다”며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채권시장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