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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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주문이 안 들어와 이상하다 생각했거든요. 서비스 오류 당일 늦은 밤 뉴스를 보고서야 카카오톡 서비스 오류인 걸 알았어요."

서울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윤모 씨는 "지난 15일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발생 하루 뒤인 16일이 돼서야 부랴부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손님들께 문자 접수 공지를 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카톡 오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알았다. 평소보다 30% 정도 적은 주문을 받아 매출 손실을 봤다"고 토로했다.
이미지=카카오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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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서비스 오류가 난 당일 오후 남자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했던 김모 씨도 "도착했다고 카톡을 보내는데 안 보내져 극장 안팎을 왔다 갔다 하며 신호를 잡다가 결국 연극을 제대로 못봤다"면서 "실검(실시간 검색어)이 있어 오류 사태를 빨리 알았으면 바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했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실검 부활시켜라"

'카톡 먹통' 사태 등으로 포털의 최근 수년새 폐지된 실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50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 서비스 대다수가 장애를 일으키면서 적잖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실시간 오류·복구 현황 등을 파악하지 못해 불편이 뒤따랐기 때문. 일부 누리꾼들은 "실검이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께 카카오 대부분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 서비스 장애 소식이 가장 빠르게 전달된 플랫폼은 카카오 공식 트위터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장애 당시 트위터를 통해 공지가 1차로 나갔다"며 "이후 다음 고객센터와 카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계열사 서비스 업데이트 현황을 공지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네이버뉴스, 시그널비즈 캡처
그래픽=네이버뉴스, 시그널비즈 캡처
서비스 장애로 영향을 받는 이들이 매우 많았던 반면 서비스 장애 공지는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만 이뤄져 이용자들 불만이 컸다. 당시 카카오 트위터 공식 계정의 팔로워 수는 약 3만4000명에 불과했다. 5000만 국민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침투한 카카오 서비스를 고려하면 '먹통 사태'에 대한 안내가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영문을 몰랐던 이용자들은 뒤늦게 오류 사태를 알아차렸다. 학원 강사 이모 씨는 "수업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수업 준비물과 공지사항을 안내하는데 카톡 먹통으로 애를 먹었다"며 "포털에 직접 카카오 키워드 검색을 한 다음에야 오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예전에는 실검이 있어 금방 사건·사고를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직접 찾아보거나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다.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알 수 없는 서비스 장애로 휴대폰을 초기화하거나 카톡을 재설치해 대화 복구가 어려워지는 등의 피해 사례도 많았다. 때문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검 없어진 게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실검 폐지로 '대체 서비스' 입소문 타고 인기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국내 주요 포털의 실검 서비스는 최근 1~2년새 대부분 종료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 실검 서비스를 없앴다. 2005년 5월 도입 이후 16년 만이었다. 카카오는 2020년 이미 다음의 실검 서비스를 폐지했다. 네이버는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 카카오는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 버렸다"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전격 폐지했다.

실검은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부터 폭설·홍수·지진 등 재난과 사건·사고 정보, 연예인들의 신상 이슈까지 국민적 관심사를 빠르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된 측면도 있었다. 그날의 핵심 이슈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기에는 실검만큼 효율적인 게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거나 상업적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실검 순위를 올려 순수성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결국 국내 양대 포털사는 실검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래픽=네이버앱
그래픽=네이버앱
실검 서비스 중단 이후 일부 이용자들은 아쉬워하기도 했다. 지하철 운행 지연 및 SNS 서비스 장애 등이 상황 속에서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네이버 실검 부활 시키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국내 마케팅 솔루션 개발사 시그널랩(Signal Lab) 사이트 등에 방문해 확인하거나 아직 실검 서비스를 제공 중인 포털 등에 접속해 파악하는 식이다.

적잖은 누리꾼들은 네이버 오픈메인 기능을 활용해 뉴스·콘텐츠판에 시그널랩 사이트를 설정(#Signal)해 추가하는 방법으로 실검을 확인하고 있다. 오픈메인은 2018년 도입된 서비스로, 사용자가 원하는 웹페이지를 네이버 메인에 추가해 보는 기능이다. 한 번 설정해두면 매번 번거롭게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네이버 앱 메인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시그널랩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팅 직군 종사자들을 위해 실검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국내 주요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실검을)찾는 일반인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관련 직군에 있을 경우 실검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카카오 "실검 재도입 안한다"

그래픽=네이트, 줌 갈무리
그래픽=네이트, 줌 갈무리
현재 국내 포털 가운데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 중인 곳은 업계 3~4위인 네이트(NATE), 줌(ZUM) 등이 있다. 네이트는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약 437만명(지난해 1월 기준) 수준으로 네이버와 다음 포털과 비교하면 10%대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실검(실시건 이슈 키워드)과 주요 뉴스를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하는 '오늘'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줌 역시 포털 메인 화면에 '이슈 검색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실검 서비스와 '많이 본 게시글' 등 탭을 유지하는 이유는 여전히 해당 서비스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실검 폐지 이후 커뮤니티나 카페 인기글에 대한 주목도와 영향력이 제법 높아진 분위기"라며 "빠르고 쉽게 이슈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견을 나누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포털의 개편 방향인 '개인 취향별 맞춤형 콘텐츠 소비'도 유용하지만 절대다수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갈증'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그래픽=네이트 오늘 캡처
그래픽=네이트 오늘 캡처
다만 정치적·상업적 부작용으로 이미 폐지한 실검 서비스를 주요 포털이 재도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검 서비스 폐지 이후 이용자가 검색어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과 '카카오 데이터 트렌드' 등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어를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종전의 실검 서비스만큼 주목받진 못하는 실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실검 서비스 재도입 계획이 없다"고 했고, 카카오 관계자도 "실검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