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트렌드 | 11월 투자전략

긴축 속도 조절 기대에…“한국이 유리” vs “아직 바닥 못봤다”
“주가는 이미 경기침체 반영…반도체 매수 시점 가까워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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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 투성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조절 가능성, 신용 경색 가능성 등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래도 11월에는 이런 불확실성들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줄 만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익 추정치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가장 크게 낮아진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5.24% 올라 2268.40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주 한주 동안에만 월간 상승폭(112.91포인트)의 절반가량인 55.28포인트 상승해 2250선 위에 안착했다.

반등 만들어준 긴축 속도조절 기대, 현실화 가능성은?

반등에 힘이 실린 계기는 일주일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다. 월지는 미 Fed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뒤 12월 회의 때는 0.50%포인트만 올리는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주식 시장 참여자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였던 데 더해, Fed의 동향을 정확하게 보도해와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전한 소식이라 파급력이 더 컸다.

한국 시간으로 3일 새벽에 전해질 FOMC 정례회의 결과에서 Fed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의 진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미 시장은 11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의 0.7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성명서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중순께 발표되는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12월 정례회의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폭의 윤곽이 조금 더 자세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성명서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주식 시장에 부담을 줄 만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측에서는 오히려 소비를 조장하는 등 경기 부양 이비지를 만드는 중이라는 점에서 (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내용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축 강도 완화 기대는 곧 경기 둔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와 동일하다”며 “이는 경기 베타(민감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에서 비롯된 주식 시장의 반등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정책 전환 기대가 먼저 올라온 상황이기에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기술적 반등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기술적 반등은 낙폭의 50% 내외인 경우가 많은데, 8월 고점 대비 주가 낙폭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경기 바닥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격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실물 경제 둔화와 신용 리스크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아직 한계기업 파산과 같은 바닥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용위험까지 반영된 시장…이익전망·PBR 낙폭 과대 주목”

실물 경제에서는 바닥 신호가 나오지 않았지만, 주가는 바닥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잇따라 내놓는 내년 전망을 보면 대부분 하단을 2000 이상으로 제시했다. 지금과 비교해서 하방이 15% 미만이라는 것이다.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로 2000~2600을 제시한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의 주가·밸류에이션·수급 환경은 글로벌 순환적 위기를 넘어 경기 침체 현실화까지 상당 수준 선반영했다”며 “경기침체에 진입한 뒤 도미노식으로 신용(기업)·은행·소버린(국가) 리스크의 연쇄화가 아니라면 코스피의 잠재적 최대 기대손실은 10% 내외로 한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물 경기가 바닥을 지날 때 오히려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내년 코스피 목표(타겟)로 2610을 제시한 KB증권은 내년에는 기업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내년에 들어선 뒤에는 이익 감소보다 ‘지금이 실적의 바닥’이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인지가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켓PRO] 11월에도 반등 이어질까…“이익전망·PBR 낮아진 종목 관심”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측면에서 코스피의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주식의 선행성을 고려하면 예상밴드 하단에서는 매수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내년 코스피의 예상밴드로 2050~2500을 제시했다.

바닥 국면에서 가장 안 좋아 보이는 업종과 종목을 고르라는 조언도 주목됩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보면 다음해 순이익 추정치가 가장 크게 하향 조정된 업종이 그해 1분기까지 주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며 “추정치 하향 조정 폭이 큰 기업들의 경우 기저효과가 있어 사이클 개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건설과 철강 업종 순으로 내년 순이익 추정치가 가장 크게 하향됐다고 전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도 “실적보다 주가의 저점이 먼저 나오고 그 전에 주가수익비율(PER)이 먼저 저점을 만들기 때문에, 실적이 내려갈 때 PER이 갑자기 올라가는 신호를 진입의 기회로 삼는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을 매수 시점이 가장 가까워진 업종으로 꼽았다.

이어 올해와 같이 코스피 내 26개 업종의 연간 수익률이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었던 2000년과 2008년의 사례를 들어 “밸류에이션 반등 국면에서는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 저 PBR 종목군의 주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