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부품을 공급하고 받은 어음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충격파로 침대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낙담도 사치였다. 침대업체가 줄어 경쟁이 덜 치열할 것이란 판단에 완제품 시장에 뛰어든 게 회생의 주춧돌이 됐다. 기술력이 입소문 나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뢰가 줄을 이었다. 수량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침대 제조사로 거듭난 금성침대 얘기다.

'매트리스 강자' 금성침대, 자체 브랜드 강화한다
창업자 고중환 대표는 “죽다 살아났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며 “기술만 믿고 창업했다가 죽을 뻔했지만, 다시 살아나게 해준 것도 결국 기술”이라고 28일 밝혔다. 고 대표는 침대공장에서 스프링 기술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브랜드 침대 업체들로 직장은 바꿨지만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에는 변함이 없었다. 낮에는 직장에서 스프링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퇴근 후에는 창업 준비에 매진했다. 스물다섯 살이던 1978년 스프링 등 침대 부품업체를 창업해 독립했다. 고 대표한테서 부품을 사가던 침대업체들이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게 전화위복이 됐다.

금성침대의 생산능력은 월 2만 개, 연간 24만 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중 절반은 금성침대 자체 브랜드로, 나머지 절반은 OEM 방식으로 소화되고 있다. 국내 조달시장 점유율은 약 70%로 압도적 1위에 올라 있다. 전국 관공서와 군부대, 대학 기숙사 등 금성침대의 침대 또는 매트리스가 안 들어가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고 대표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기술력은 어느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또 다른 경쟁력은 ‘난연’이다. 고 대표는 “침대 전체에 난연성 소재를 입힌 것은 금성침대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작년부터는 자체 브랜드 육성에 좀 더 힘을 쏟기 시작했다. 금성침대 제품만 취급하는 단독 매장을 스무 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배우를 모델로 한 광고를 내보내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매출은 전년(677억원) 대비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