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음주 3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1차 추가 캐피털 콜(자금 납입 요청)을 시작하기로 하는 등 레고랜드발(發)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금융감독원, 금융권 협회, 은행, 정책금융기관 등과 ‘금융시장 점검·소통 회의’를 열어 자금시장 현황을 점검했다. 우선 다음주 1차 추가 캐피털 콜을 시행해 잔액이 1조6000억원에 불과한 채안펀드의 실탄을 채우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출자 부담을 덜기 위해 순차적으로 분할출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채안펀드는 지난 24일 기업어음(CP)을 중심으로 매입을 시작했는데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 등도 사들일 예정이다.

금융위는 또 이날부터 은행채 관련 일괄신고서 규율을 완화해 은행채 발행으로 인한 회사채 구축 효과를 막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상 은행들은 일정 기간 은행채 발행 예정금액을 일괄적으로 사전 신고해야 하는데, 발행 예정금액의 감액은 20% 한도 내에서만 허용된다. 앞으로 은행들이 은행채를 예정보다 적게 발행하더라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앞서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완화하기로 하고 한국은행이 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 등을 추가한 것도 은행채 발행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 은행들이 넉넉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국전력과 기업들에 대출을 많이 하는 역할을 해주도록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CP·회사채 매입,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의 카드도 이미 꺼내들었다.

금융권이나 다른 정부 부처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주에만 여전업계, 금융지주사, 상호금융권, 보험업권, 대부업권 실무자 등과 간담회를 열어 자금 애로사항을 듣고 시장 안정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날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가들과 만나 과도한 추종 매매와 환매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다음달 1일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달 3일엔 생명보험업계와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