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빅테크 대체한 빅오일+애플 '숏스퀴즈'에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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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드리운 먹구름은 28일(미 동부 시간) 아침 뉴욕 증시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전날 실망스러운 4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3% 급락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보다 더 높게 치솟았습니다. 이탈리아의 10월 EU 조정 소비자물가(CPI)는 12.8%(9월 9.4%)로 발표됐고, 독일도 11.6%(9월 10.9%)로 상승했습니다. 이에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둘기파적 메시지에 하락했던 유로존 금리가 다시 올라갔습니다. 전날 2% 아래로 떨어졌던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124%로 상승했습니다. 또 ECB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전날 2.48%에서 2.69%로 다시 높아졌습니다. 이에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가 아침부터 다시 4%대로 상승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쏟아져나온 각종 물가 지수는 예상과 비슷했습니다.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6.2%, 전월보다 0.3% 각각 상승했습니다. 8월과 같았고 예상(6.3%, 0.3%)과도 비슷했습니다. 음식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수치는 전년 대비 5.1%, 전월 대비 0.5% 올랐습니다. 역시 8월(4.9%, 0.6%)이나 예상(5.2%, 0.5%)과 엇비슷했습니다. 예상과 비슷했지만, 미 중앙은행(Fed)의 근원 PCE 수치 목표가 2%인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됐습니다. 개인소득은 전날보다 0.4% 증가(예상, 전월 0.4%), 개인소비는 0.6% 상승(예상 0.4%, 전월 0.6%)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개인소비도 0.3% 증가(예상 0.2%, 전월 0.3%)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견조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에도 계속되는 지출에 저축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3.1%까지 떨어졌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부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작년 11월 테이퍼링의 이유로 들었던 고용비용지수(ECI)는 3분기 1.2%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임금 보너스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임금 인플레이션의 잣대입니다. 지난 2분기에는 1.3% 올랐었고 예상이 1.2% 상승이었는데, 정확히 1.2%가 나온 것이죠. 사실 지난주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Fed의 비공식 대변인'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ECI 발표 직전 "Fed 내부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건 ECI"라며 "또 다른 불편할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온다면 더 높은 최종금리를 주장할 수 있고 12월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관한 주장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라고 경고했었습니다. 예상에는 부합했지만, 이것도 역시 높은 수치입니다. 연율로 따지면 5%에 달해 팬데믹 이전 평균인 3%에 비하면 2%포인트나 높습니다. 라스무센은 "3분기 ECI은 전분기보다 0.1%포인트 하락했고 1분기 최고치인 1.4%에서 2개 분기 연속으로 상승률이 줄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며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전 10시에 나온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는 59.9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예상(59.8)과 비슷했습니다. 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9월의 4.7%에서 5%로 상승했지만, 이달 초 발표됐던 속보치 5.1%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물가 지표는 대부분 예상과 부합했지만, 전반적으로 높았습니다. 뚜렷히 둔화한 게 없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분석가는 "ECI는 3분기 1.2%를 기록해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근원 PCE 물가가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Fed가 다음 달 긴축 속도를 낮추기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금리는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8.7bp 오른 4.011%로 다시 4%를 넘었고, 2년물은 12.7bp나 급등해 4.412%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럽의 물가가 높게 나왔고 미국 물가도 여전히 매우 높았다. 또 개인소득 및 지출을 볼 때 여전히 수요 견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했다. 지난 며칠간 Fed 선회에 대한 기대로 금리가 떨어진 것에 대한 반발까지 더해져서 금리가 많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선방'한 애플을 제외하곤 빅테크 모두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았고, Fed의 전환에 대한 기대도 조금 약해지면서 금리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만이 소폭 약세였고 다우는 0.5%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실적을 발표한 엑슨모빌(+2.9%)과 셰브런(+1.2%)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 신고가로 치달은 덕분입니다. 엑슨모빌의 주당순이익(EPS)은 예상치 3.67달러를 훌쩍 웃도는 4.45달러로 집계되면서 급등해 '빅오일이 빅테크를 대체한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실 빅테크 등 일부 기술주를 제외하면 다른 기업들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시 뛰어난 실적을 내놓은 머크 맥도널드 펩시코 허시 티모바일 휴메나 일라이릴리 등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아마존은 예상대로 10%가 넘는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아마존은 여전히 매수할만한 주식"이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 덕분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목표 주가는 175달러에서 165달러로 소폭 낮췄지만, 이는 전날 종가 대비 50% 나 높은 것입니다. 장기적 사업 경로와 클라우딩 컴퓨팅 사업의 미래를 여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목표 주가 140달러)도 아마존이 승자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가오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 합리화 등을 통해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결국 6.8%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놀랄만한 움직임은 애플에서 나타났습니다. 전날 시간 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인 애플은 2% 상승세로 출발하더니 오전 10시 40분께 7%까지 폭등했습니다. 결국, 7.56% 상승세로 마감됐습니다. 밤새 애플의 실적을 분석한 월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놓았죠. 아이폰, 서비스 매출 성장 둔화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강달러 탓이지 애플의 펀더멘털에는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이죠. 웰스파고는 "어려운 거시 환경 속에서도 애플이 월가가 두려워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냈다"라면서 "빅테크가 줄줄이 쓰러져가는 가운데 살아남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대규모 실적 붕괴가 이뤄지는 가운데 애플의 결과는 상대적으로 승리에 가깝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7% 폭등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애플에 대해 '전술적 비중확대' 등급을 제시하면서 "다른 기술주의 대체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감안할 때 인상적 실적과 가이던스였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약한 거시경제를 고려할 때 아이폰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내구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애플의 실적이 다른 빅테크처럼 악화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몰려 있었는데, 오늘 장 시작과 함께 주가가 치솟자 숏스퀴즈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자사주 매입 수요가 다시 몰려들고 있는 것도 오늘 주가 상승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과거 약세장이 10월에 바닥을 쳤던 역사가 많고, 중간선거 이후에는 다음해 초까지 지속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FOMO(fear of missing out, 혼자 랠리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따라가는 현상)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오늘 채권시장의 금리는 지난 며칠간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기술적 되돌림이었을 뿐 여전히 Fed의 선회에 대한 기대는 살아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빅오일 등 가치주가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애플이 폭등하자 주요 지수는 거침없이 상승했습니다. 결국, 다우지수는 2.59%, S&p500 지수는 2.46%, 나스닥은 2.87% 급증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급등한 인텔의 뒤를 따라 반도체주가 급등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뉴에지웰스의 캐머론 도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S&P500 지수가 오늘 '약한 뉴스'에도 50일선 3900을 넘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신호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고 200일선 4100선까지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비싸질 것이고 다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그리고 6~8월 랠리도 50일 선을 뚫으면서 본격화됐지만 결국 200일선을 정복하지 못한 채 붕괴했었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강세장 전환이 아니라 베어마켓 랠리일 뿐일까요? 증시 바닥은 언제 찾을 수 있을까요? 파이퍼샌들러는 Fed가 긴축하기 시작하면 경기 충격이 H(주택)→O(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의 신규 주문)→P(기업 실적)→E(고용) 순서로 나타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표된 9월 잠정 주택 판매는 예상(4% 감소)보다 큰 10.2% 감소해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택 시장은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ISM PMI는 10월 50.9까지 떨어졌고 신규 수주는 47.1로 이제 위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기업 실적은 이제 둔화하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오늘까지 S&P500 기업의 52%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71%가 EPS에서 예상치를 넘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77%보다 적습니다. 또 이들의 이익 증가율은 2.2%로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습니다. 특히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면 -5.1%로 떨어집니다. 또 가이던스를 내놓은 기업을 보면 부정적인 기업이 2대 1 수준(28대 14)으로 많습니다. 아직 고용은 버티고 있지만, 곧 노동시장에서도 경고가 나타날 것입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인텔 같은 거대 기업이 고용을 중단하거나 줄일 계획을 밝히고 있으니까요. 마침 다음 주 금요일 10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고용 20만 명 증가입니다. 모건스탠리는 10월 신규고용이 18만 명 증가에 그쳐 9월 26만3000명보다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노동시장 참여율이 62.3%에서 62.38%까지 추가 상승하면 실업률은 9월 3.5%에서 10월 3.6%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규고용 22만5000명을 예상합니다. 3달 연속으로 감소하는 것이지만 그리 많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고용보고서가 단기적으로 Fed의 금리 인상 경로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은 바닥이 나타날 환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프린시펄 애셋매니지먼트는 과거 Fed의 기준금리 정점 시기와 증시 바닥과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1990년, 2002년, 2009년, 2018년 등 최근 약세장에서 시장 매도세는 Fed의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 또는 그 직후 몇 달 동안 시작됨. 지금과는 완전히 다름. 지금은 Fed가 긴축 통화 정책을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매도가 시작함.
▶현재 Fed의 금리 인상 주기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기 훨씬 전에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1985년 이전 사이클과 비슷함. 1985년 이전엔 시장 바닥은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정점에 근접했을 때 혹은 그다음 몇 개월 사이에 나타났음.
▶문제는 Fed는 기준금리가 근원 PCE 물가(전년 대비)보다 낮을 때 금리 인상 주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는 것임. 즉, 실질 금리가 플러스 영역에 있을 때만 인상을 중단했음.
▶9월 근원 PCE 물가는 5.1%임. 그리고 전월 대비로는 0.45% 올랐음.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그렸습니다.
① 근원 PCE 물가가 장기 평균인 월 0.16% 상승으로 돌아간다면 전년 대치 수치는 연말 3.8%까지 낮아질 수 있음. Fed가 11월에 75bp를 추가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기준금리가 연말 전에 근원 PCE 물가를 넘어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게 됨.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음.
② 근원 PCE 물가가 팬데믹 이후 평균인 월 0.4% 상승에 가깝게 유지된다면 근원 PCE 물가는 연말까지 계속 기준금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큼. Fed가 11월 75bp, 12월에 50bp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물가를 추월하려면 추가로 50bp를 더 인상해야 함. 내년 2월에 50bp를 올린 뒤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으며, 내년 초 주식시장에 바닥이 만들어질 수 있음.
③ 근원 PCE 물가가 팬데믹 평균보다 높은 월 0.45%(현 상황)으로 유지된다면 Fed는 11월 75bp, 12월 50bp를 올리고 추가로 75bp를 더 높여야 기준금리를 물가보다 높일 수 있음.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약세장은 연장되고 심화할 가능성이 있음.
프린시펄 애셋의 시마 샤 전략가는 "또 다른 5~10% 하락이 여전히 올 가능성이 있다. 아직 Fed의 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약세장의 바닥을 이미 본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기준금리가 시장 바닥 이전에 정점을 찍은 기록을 고려할 때 그렇다. 이 주기의 바닥이 2023년 1분기 또는 2분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며, 그때는 경제 및 기업 이익 데이터가 악화하더라도 시장이 랠리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변동성은 올해 4분기와 2023년 초까지 Fed의 추가 금리 인상과 함께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들은 거시경제의 먹구름이 충분히 맑아지고 Fed가 완화 신호를 보낼 때까지 방어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역시 11월 11~2일 열리는 FOMC입니다. 75bp 인상이 확정적이며, 향후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언급이 성명서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나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모건스탠리는 "FOMC가 11월 75bp를 올리면서 곧 금리 인상의 폭을 낮추는 게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Fed가 12월에 50bp를 올리리라 전망을 바꿨는데요. 그러면서도 "Fed가 더 느린 속도의 금리 인상이 더 낮은 최종금리를 뜻하거나 금리 인하로의 빠른 전환을 의미한다는 시장 해석은 성공적으로 밀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에도 3분기 어닝 시즌이 이어집니다. NXP반도체 온세미컨덕터 AMD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많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이에 금리는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8.7bp 오른 4.011%로 다시 4%를 넘었고, 2년물은 12.7bp나 급등해 4.412%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럽의 물가가 높게 나왔고 미국 물가도 여전히 매우 높았다. 또 개인소득 및 지출을 볼 때 여전히 수요 견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했다. 지난 며칠간 Fed 선회에 대한 기대로 금리가 떨어진 것에 대한 반발까지 더해져서 금리가 많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선방'한 애플을 제외하곤 빅테크 모두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았고, Fed의 전환에 대한 기대도 조금 약해지면서 금리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만이 소폭 약세였고 다우는 0.5%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실적을 발표한 엑슨모빌(+2.9%)과 셰브런(+1.2%)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 신고가로 치달은 덕분입니다. 엑슨모빌의 주당순이익(EPS)은 예상치 3.67달러를 훌쩍 웃도는 4.45달러로 집계되면서 급등해 '빅오일이 빅테크를 대체한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실 빅테크 등 일부 기술주를 제외하면 다른 기업들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시 뛰어난 실적을 내놓은 머크 맥도널드 펩시코 허시 티모바일 휴메나 일라이릴리 등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아마존은 예상대로 10%가 넘는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아마존은 여전히 매수할만한 주식"이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 덕분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목표 주가는 175달러에서 165달러로 소폭 낮췄지만, 이는 전날 종가 대비 50% 나 높은 것입니다. 장기적 사업 경로와 클라우딩 컴퓨팅 사업의 미래를 여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목표 주가 140달러)도 아마존이 승자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가오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 합리화 등을 통해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결국 6.8%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놀랄만한 움직임은 애플에서 나타났습니다. 전날 시간 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인 애플은 2% 상승세로 출발하더니 오전 10시 40분께 7%까지 폭등했습니다. 결국, 7.56% 상승세로 마감됐습니다. 밤새 애플의 실적을 분석한 월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놓았죠. 아이폰, 서비스 매출 성장 둔화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강달러 탓이지 애플의 펀더멘털에는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이죠. 웰스파고는 "어려운 거시 환경 속에서도 애플이 월가가 두려워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냈다"라면서 "빅테크가 줄줄이 쓰러져가는 가운데 살아남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대규모 실적 붕괴가 이뤄지는 가운데 애플의 결과는 상대적으로 승리에 가깝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7% 폭등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애플에 대해 '전술적 비중확대' 등급을 제시하면서 "다른 기술주의 대체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감안할 때 인상적 실적과 가이던스였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약한 거시경제를 고려할 때 아이폰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내구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애플의 실적이 다른 빅테크처럼 악화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몰려 있었는데, 오늘 장 시작과 함께 주가가 치솟자 숏스퀴즈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자사주 매입 수요가 다시 몰려들고 있는 것도 오늘 주가 상승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과거 약세장이 10월에 바닥을 쳤던 역사가 많고, 중간선거 이후에는 다음해 초까지 지속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FOMO(fear of missing out, 혼자 랠리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따라가는 현상)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오늘 채권시장의 금리는 지난 며칠간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기술적 되돌림이었을 뿐 여전히 Fed의 선회에 대한 기대는 살아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빅오일 등 가치주가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애플이 폭등하자 주요 지수는 거침없이 상승했습니다. 결국, 다우지수는 2.59%, S&p500 지수는 2.46%, 나스닥은 2.87% 급증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급등한 인텔의 뒤를 따라 반도체주가 급등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뉴에지웰스의 캐머론 도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S&P500 지수가 오늘 '약한 뉴스'에도 50일선 3900을 넘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신호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고 200일선 4100선까지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비싸질 것이고 다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그리고 6~8월 랠리도 50일 선을 뚫으면서 본격화됐지만 결국 200일선을 정복하지 못한 채 붕괴했었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강세장 전환이 아니라 베어마켓 랠리일 뿐일까요? 증시 바닥은 언제 찾을 수 있을까요? 파이퍼샌들러는 Fed가 긴축하기 시작하면 경기 충격이 H(주택)→O(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의 신규 주문)→P(기업 실적)→E(고용) 순서로 나타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표된 9월 잠정 주택 판매는 예상(4% 감소)보다 큰 10.2% 감소해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택 시장은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ISM PMI는 10월 50.9까지 떨어졌고 신규 수주는 47.1로 이제 위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기업 실적은 이제 둔화하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오늘까지 S&P500 기업의 52%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71%가 EPS에서 예상치를 넘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77%보다 적습니다. 또 이들의 이익 증가율은 2.2%로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습니다. 특히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면 -5.1%로 떨어집니다. 또 가이던스를 내놓은 기업을 보면 부정적인 기업이 2대 1 수준(28대 14)으로 많습니다. 아직 고용은 버티고 있지만, 곧 노동시장에서도 경고가 나타날 것입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인텔 같은 거대 기업이 고용을 중단하거나 줄일 계획을 밝히고 있으니까요. 마침 다음 주 금요일 10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고용 20만 명 증가입니다. 모건스탠리는 10월 신규고용이 18만 명 증가에 그쳐 9월 26만3000명보다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노동시장 참여율이 62.3%에서 62.38%까지 추가 상승하면 실업률은 9월 3.5%에서 10월 3.6%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규고용 22만5000명을 예상합니다. 3달 연속으로 감소하는 것이지만 그리 많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고용보고서가 단기적으로 Fed의 금리 인상 경로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은 바닥이 나타날 환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프린시펄 애셋매니지먼트는 과거 Fed의 기준금리 정점 시기와 증시 바닥과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1990년, 2002년, 2009년, 2018년 등 최근 약세장에서 시장 매도세는 Fed의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 또는 그 직후 몇 달 동안 시작됨. 지금과는 완전히 다름. 지금은 Fed가 긴축 통화 정책을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매도가 시작함.
▶현재 Fed의 금리 인상 주기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기 훨씬 전에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1985년 이전 사이클과 비슷함. 1985년 이전엔 시장 바닥은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정점에 근접했을 때 혹은 그다음 몇 개월 사이에 나타났음.
▶문제는 Fed는 기준금리가 근원 PCE 물가(전년 대비)보다 낮을 때 금리 인상 주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는 것임. 즉, 실질 금리가 플러스 영역에 있을 때만 인상을 중단했음.
▶9월 근원 PCE 물가는 5.1%임. 그리고 전월 대비로는 0.45% 올랐음.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그렸습니다.
① 근원 PCE 물가가 장기 평균인 월 0.16% 상승으로 돌아간다면 전년 대치 수치는 연말 3.8%까지 낮아질 수 있음. Fed가 11월에 75bp를 추가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기준금리가 연말 전에 근원 PCE 물가를 넘어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게 됨.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음.
② 근원 PCE 물가가 팬데믹 이후 평균인 월 0.4% 상승에 가깝게 유지된다면 근원 PCE 물가는 연말까지 계속 기준금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큼. Fed가 11월 75bp, 12월에 50bp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물가를 추월하려면 추가로 50bp를 더 인상해야 함. 내년 2월에 50bp를 올린 뒤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으며, 내년 초 주식시장에 바닥이 만들어질 수 있음.
③ 근원 PCE 물가가 팬데믹 평균보다 높은 월 0.45%(현 상황)으로 유지된다면 Fed는 11월 75bp, 12월 50bp를 올리고 추가로 75bp를 더 높여야 기준금리를 물가보다 높일 수 있음.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약세장은 연장되고 심화할 가능성이 있음.
프린시펄 애셋의 시마 샤 전략가는 "또 다른 5~10% 하락이 여전히 올 가능성이 있다. 아직 Fed의 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약세장의 바닥을 이미 본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기준금리가 시장 바닥 이전에 정점을 찍은 기록을 고려할 때 그렇다. 이 주기의 바닥이 2023년 1분기 또는 2분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며, 그때는 경제 및 기업 이익 데이터가 악화하더라도 시장이 랠리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변동성은 올해 4분기와 2023년 초까지 Fed의 추가 금리 인상과 함께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들은 거시경제의 먹구름이 충분히 맑아지고 Fed가 완화 신호를 보낼 때까지 방어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역시 11월 11~2일 열리는 FOMC입니다. 75bp 인상이 확정적이며, 향후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언급이 성명서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나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모건스탠리는 "FOMC가 11월 75bp를 올리면서 곧 금리 인상의 폭을 낮추는 게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Fed가 12월에 50bp를 올리리라 전망을 바꿨는데요. 그러면서도 "Fed가 더 느린 속도의 금리 인상이 더 낮은 최종금리를 뜻하거나 금리 인하로의 빠른 전환을 의미한다는 시장 해석은 성공적으로 밀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에도 3분기 어닝 시즌이 이어집니다. NXP반도체 온세미컨덕터 AMD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많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