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띠는 투자자예탁금이 2년3개월 만에 5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예·적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발길을 돌린 결과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투자자예탁금 평균 금액은 약 49조7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말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이달 평균액은 50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월평균 투자자예탁금이 50조원을 밑도는 건 2020년 7월(46조5090억원) 이후 약 2년3개월 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주식 매매 자금이다. 예탁금 규모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본격화한 2020년 8월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8월 약 7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예탁금 규모는 매월 꾸준히 감소해 지난 5월 50조원대로 줄었다.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 자금은 고금리를 제시하는 은행 예·적금이나 채권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16조6503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4075억원)의 약 네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정기예금은 9월 한 달 동안 32조5000억원 늘었다.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