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땜질식 청약제도 개편, 세대 갈등 부추긴다
‘그동안 청약에 도전했는데 모두 탈락했습니다. 공공분양을 노리고 꾸준히 납입해온 40대는 무주택자로 늙어갑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약제도 개편안을 두고 부동산 커뮤니티가 시끄럽다. 새로 신설한 미혼 청년 특별공급에 대한 중장년층의 부정적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청년층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이 수년간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에겐 역차별이라는 게 골자다.

지난 26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내놓는 공공분양 50만 가구 중 70% 수준인 34만 가구가 청년층(20~39세)에 배정된다. 그동안 청약 기회가 없다시피 했던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도 신설된다.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택청약제도는 1978년부터 2019년까지 140회 이상 개편됐다. 청약제도 개편은 매번 논란이 커지며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2020년 정부가 ‘7·10 부동산대책’에서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확대하자 중장년층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20년간 묵힌 청약통장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반발했다. 작년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 당시엔 총 4333가구 중 75%가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수요자에게 돌아가자 4050세대의 실망감이 더 커졌다.

이런 세대 갈등은 청약제도가 2007년 가점제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 통장 가입 기간 등으로 청약 우선순위를 주는 가점제(만점 84점)는 청년층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당시 청년층은 ‘청약제도의 허들이 높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모두가 만족하는 청약제도가 가능할지는 뒤로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시기는 어림잡아 10년 가까이 된다. 이번엔 신혼부부, 다음엔 생애 최초 공급 물량을 늘리는 식의 땜질식 제도 개편보다는 중장기 계획을 두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파이(공급량)가 커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약 당첨이 안 되더라도 내 집 마련을 노릴 수 있는 충분한 공급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세대 논란이 확산하자 “이번 개편은 공급량을 기존 14만7000가구에서 50만 가구로 확대한 것인 만큼 4050세대에게 공급된 가구도 기존 5만 가구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50만 가구 공급 가능성이 낮아 보여 4050세대의 우려가 해소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