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러시아산 금속 거래를 꺼리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쓸어 담으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중국 트레이더들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보관돼 있던 구리의 절반 이상을 최근 3주일 동안 사들였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간 LME에서 7만t 이상의 구리가 팔려나갔는데 이 중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된다. LME의 구리 재고 중 약 80%는 러시아산이다. 최근 중국인들이 LME에서 구매한 구리 대부분이 러시아산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구매한 구리의 원산지가 러시아인지 여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 등에 이어 알루미늄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알루미늄 관세율을 올리거나 러시아의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을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는 서방 트레이더들이 러시아산 알루미늄 거래를 꺼리면서 LME에는 최근 알루미늄 재고가 늘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산으로 추정되는 구리를 대거 사들인 현재 상황을 볼 때 서방의 러시아산 금속 제재에 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대거 구매로 현재 LME의 구리 재고는 수년간 최저 수준인 4만2300t으로 내려앉으며 금속 부족 사태만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산 금속 구매를 기피하는 트레이더가 늘면서 LME는 알루미늄을 포함해 러시아산 금속을 공급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서방의 금속 공급자와 소비자 간 엇박자도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서방의 광물 생산업체들은 LME에 러시아산 금속 공급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반면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유럽의 금속 소비업체들은 제재를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