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곡물수출협정 불참 선언으로 한때 중단됐던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31일 재개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의 협정 참여 없이는 수출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과 서방은 일제히 러시아 달래기에 나섰다. 세계 식량 가격이 뛰어오를 것을 우려해서다.

유엔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터키), 흑해로 들어오는 선박 4척과 이들 지역에서 나가는 선박 12척 등 16척을 해상 통로로 이동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며 “곡물 수출 협정을 계속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과 튀르키예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등 서방 관계자들은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밀, 옥수수 등의 세계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하면 글로벌 식량난이 또다시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은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다. 31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5% 이상 급등해 부셸(1부셸=27.2㎏)당 9달러 선에 근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글로벌 식량 가격 폭등세로 이어져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아시아 국가들에 엄청난 경제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협정을 되살리는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외국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