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목표로 지난 7월 출범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31일 활동을 마무리했다.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이 처음부터 안건으로 올라온 가운데 정치권이 정쟁에 매몰되면서 민생 챙기기가 외면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민생특위는 7월 20일 특위가 출범한 지 100일 만인 이날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특위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화물차 안전운임제 개선 △대중교통비 지원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이 중 실제로 특위가 처리한 법안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법안 등 2건에 그친다.

특위 활동은 여야 간사가 먼저 합의를 마친 뒤 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8월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등의 법안을 처리한 이후 전체회의는 세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개별 안건에 대한 여야 간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우선 대중교통비 지원을 두고 여당은 세금공제 확대를 주장하는 가운데 야당은 환급을 요구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관련해서는 연장과 폐지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여야 모두 입법 의지를 밝혔지만 적용 업종 등 세부 사안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지난 25일 열릴 예정이던 특위 회의가 무산된 것도 납품단가 연동제를 둘러싼 여야 간사 간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특위에 참석한 여당 의원은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법안의 이견을 좁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여야가 정쟁에만 매몰돼 민생법안 처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징계받은 뒤로 약 두 달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수사 대응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다.

여야는 정기국회가 열린 만큼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이어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특위 위원은 “특위에 올라온 안건 중에는 개별 상임위에서 관심을 갖는 사안이 많아 추후 상임위에서 법안을 검토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특위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또 다른 특위 위원은 “원 구성이 되지 않아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고 특위를 출범시켰는데, 지금은 정기국회가 열렸으니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로 정국이 얼어붙은 판국에 개별 상임위로 자리를 옮긴다고 여야가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길성/전범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