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등 재무제표가 부실한 공기업들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무늬만 재정건전화’에 나선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부상으로만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자체 사업 목적에 반하는 재무위기 극복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재정건전화 하랬더니…한전 장부상 자산 늘리고, LH 필수 사업비 싹둑
예산정책처는 31일 ‘2023년도 공공기관 예산안 중점 분석’ 보고서에서 “14개 재무위험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수익성 개선에 기반하지 않은 자본 확충,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은 추정, 정부정책 사업의 이연 등에 기반한 측면이 있다”며 “보다 실효성 있게 재무건전성 개선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한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9개 ‘사업수익성 악화 기관’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5개 ‘재무구조 전반 취약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을 제출받았다.

LH가 수립한 총 9조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에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비 6조4000억원을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을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하게 세를 놓는 ‘매입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LH는 내년에 3만5000가구로 계획했던 매입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2만8000가구로 줄이기로 했다. 또 2026년까지 계획물량 14만3439가구 대비 실제 공급물량을 2만8000가구 줄여 11만5439가구만 공급하기로 했다. 예산정책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할 LH가 사업 목적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철도공사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철도공사는 디젤 노후기관차를 전기 열차로 대체하는 일정을 연기해 2032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승객의 안전관리 우려가 제기되고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총 14조2501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마련하면서 토지 자산재평가를 통해서만 7조407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는 장부상 이익에만 그칠 뿐 실제 현금 유입은 없고 수익성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가스공사의 재정건전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스공사는 2026년까지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대여금 원금(2조5000억원), 배당수입(1조3000억원) 등 투자금 회수를 통해 5조4000억원의 부채를 감축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가스공사 대여금 회수 규모는 지난해 1223억원에서 향후 5개년 평균이 갑자기 5057억원으로 치솟고, 배당수익도 739억원에서 2697억원으로 급등한다. 예산정책처는 구체적인 추정 근거를 요청했지만 가스공사는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예산정책처는 “해외사업 회수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