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여년…'조선 기록문화의 정수' 한눈에
1866년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서 프랑스 해군의 화포가 불을 뿜었다. 그곳에 있던 조선 왕실의 ‘보물창고’ 외규장각은 그렇게 프랑스 손아귀에 들어갔다. 프랑스 해군은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비싸 보이는 문서들만 챙겼다. 조선 왕실의 중요 행사를 ‘풀 컬러’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는 프랑스인이 보기에도 값져 보였던 모양이다.

의궤가 고향으로 돌아온 건 145년이 흐른 2011년이다. 프랑스와의 오랜 협상 끝에 ‘장기 임대’ 형식으로 돌려받았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한 고(故) 박병선 박사(1923~2011)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그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에 방치돼 있던 의궤를 찾아내 반환 여론을 이끌었다.

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는 의궤의 가치와 박 박사의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다. 외규장각 의궤 297권을 포함해 관련 유물 460여 점을 전시했다. 의궤는 297권 중 292권이 왕만 볼 수 있는 어람용(御覽用) 의궤다. 표지와 책 소재, 물감 모두 최고급이다.

의궤는 현대로 따지면 ‘행사 매뉴얼’이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한 ‘기록의 나라’답게 조선은 국가나 왕실에서 중요한 행사가 끝나면 그 전체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장례와 무덤 짓기, 세자 책봉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의 옷과 자세까지 모두 그림으로 그렸다. 의궤에는 행사 절차와 내용, 소요 경비, 참가 인원, 인부들의 월급까지 적혀 있다.

전시에 나온 의궤를 보면 조선 왕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행사 장면과 건물 구조, 행사에 사용한 물건의 형태 등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서다. 임혜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 의궤는 수준 높은 묘사력, 자세한 기록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끝자락에는 순조가 할머니인 혜경궁을 위해 준비한 왕실 잔치를 묘사한 6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마련했다. 너비 10m짜리 대형 화면에는 의궤에 기록된 그림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상이 상영된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다. 3월 1일까지 열리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과 함께 구매하면 성인 기준 25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합스부르크전을 정가로 구매한 관람객이 의궤전을 추가로 구매할 경우 동일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