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둔화 소식에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자 산유국은 감산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39달러(0.48%) 하락한 배럴당 86.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37달러(1.56%)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 브렌트유 1월물은 전 장보다 0.94달러(0.98%) 하락한 94.83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1.27달러(1.34%) 낮은 배럴당 93.77달러를 찍었다.
中 경제 비틀거리자…하락세 접어든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동향]
중국 경제 지표가 이전보다 악화하면서 유가가 하락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업황이 모두 위축세를 보였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를 기록했다. 9월에 집계된 50.1에서 떨어진 수치다. 지수가 50을 밑돌았다는 것은 제조업 경기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비제조업 PMI도 48.7을 기록하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 PMI는 지난달 50.9에서 이달 49.0으로 낮아졌다. 중국의 올해 1~3분기 원유 수입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4.3% 줄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의 금융조사업체 스톤엑스그룹의 해리 알탐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중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하락했다"며 "정저우시처럼 도시 이동 제한과 공산당 회의의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더 수치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3.2%로 낮췄다. IMF는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빠르게 둔화 중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도 “중국의 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며 “제로 코로나가 실업을 초래하고 소비심리를 훼손하는 등 '자해적'인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되살아나면 원유 수요가 폭증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OPEC은 이날 올해 글로벌 원유 전망보고서를 발표했다. OPEC에 따르면 앞으로 몇 년간 개발도상국들에서 인구가 증가하며 경제가 호황으로 접어들어 석유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까지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900만 배럴씩 늘어나 하루 1억 550만 배럴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망한 수치보다 하루 200만 배럴가량 늘어난 수치다. 다만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공급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PEC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12조 1000억달러 규모의 석유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석유업체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의 8월 석유생산량은 하루 1200만배럴을 넘기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 속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고 있는 석유 기업들에 이른바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오는 8일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던진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석유 기업들이 주유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횡재세로 불리는 새로운 과세 방안에 대한 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석유 업계의 이익 규모는 터무니없다"면서 "기록적인 이익에도 미국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