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이나 곡물협상 차질로 곡물가격 급등 [원자재 포커스]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상에서 탈퇴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12월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8.93달러까지 솟았다가 8.8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전장보다 약 6.4% 오른 가격이다. 옥수수의 상승 폭은 더 컸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6.91달러로 전장보다 10.7% 급등했다. 대두는 5000부셸당 14.19달러를 기록했다. 전장보다 약 20% 치솟았다.
러-우크라이나 곡물협상 차질로 곡물가격 급등 [원자재 포커스]
곡물 가격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전쟁 이후 막힌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했다. 양국의 곡물과 비료를 수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가 드론 16대로 크림반도의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며 협정 참여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일자 러시아는 협정 철회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협정 참여를 종료한 것이 아니라 중단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작업(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고,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흑해함대를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우리 선박과 민간 선박에 위협을 가했다"며 "우크라이나는 민간 선박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도 이날 일단 재개됐다.

러시아의 협정 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식량 무기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전에서의 고전을 식량 무기로 만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통상적으로 흑해 지역은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옥수수는 5분의 1, 해바라기씨유는 대부분의 수출량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에너지 컨설팅기업 헤지포인트 글로벌 마켓의 크리스 트랜트 미국 농업 책임자는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조기 종료되면 이를 통한 곡물 수출의 감소뿐 아니라 비료 수출로도 막힌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또 협정 중단 시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재배한 밀과 옥수수를 저장할 공간도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했다.마이클 맥도비츠 런던 라보뱅크 선임 애널리스트도 수출길이 막히면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팔 수가 없는 농작물 파종을 거부할 우려가 크며, 단기간 핵심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