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공개한 '노후소득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정책: 주택연금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매달 받는 제도다. 주택연금에 가입하기 위해선 부부 중 최소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면서 부부가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총 9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65세 이상인 노인의 빈곤율이 2019년 기준 4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나라다. OECD 회원국의 노인빈곤율 평균은 2019년 13.5%다.
전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공적연금 제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기간이 짧아 현재의 고령층이 국민연금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고, 자영업자 종사자가 많아 소득 파악에 어려움이 큰 만큼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로 분류된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전 연구위원은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 가입 노력을 확대하되, 단기적으로는 주택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연금은 주택 자산의 유동화를 지원하는 제도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 없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비용효율적' 제도라는 게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가구주의 나이가 65세 이상인 가구 가운데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 비율은 2019년 기준 73.2%로 높은 만큼 주택연금이 노년층의 빈곤을 완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2019년 기준 65세 이상 가구주의 자산 중 약 80%가 부동산이기도 하다.
전 연구위원이 시나리오별로 주택연금 가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 공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55세 이상 가구 모두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이 2018년 기준 45.2%에서 34.5%로 10.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연금 미가입자뿐만 아니라 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인 가구까지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노인빈곤율은 같은 기간 16.3%포인트 하락해 28.9%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주택연금 가입자는 2020년 기준 6만6000명에 불과하다. 전 연구위원은 "주택연금에 대한 조세 지원을 강화해 가입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연금과 유사한 정책목표를 가진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통해 연금액 100원당 11~16원의 조세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택연금은 100원당 1.6~2.2원의 지원밖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주택연금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형평에 맞고 비용효과적인 고령층 빈곤 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전 연구위원은 또 "주택연금 가입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 9억원 제한 등 조건을 완화하면 주택연금 가입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