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왼쪽)이 작년 말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는 모습. 자료=경인사연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왼쪽)이 작년 말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는 모습. 자료=경인사연
국책연구원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국책연구원 지원 예산을 스스로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회는 대신 국제화·정보화 사업 예산을 더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연구회의 설립 목적이 연구기관의 지원과 육성인 점을 감안하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 지원 예산 줄인 연구회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예산은 올해 433억4300만원에서 372억600만원으로 61억3700만원(14.2%) 삭감됐다. 특수사업비 예산 항목 중 13개가 삭감되고 3개가 증액됐다. 13개 예산 삭감 항목 중 11개는 연구회가 요구 단계에서부터 예산을 줄일 것을 요청한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연구회가 '셀프 삭감'한 사업 상당수가 국책연구원을 지원한다는 연구회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연구회가 스스로 삭감을 요구한 사업 중에는 ‘연구윤리평가사업’, ‘출연(연) 교육‧연수기능 강화사업’, ‘사업계획 및 결산검토 기능 강화사업’, ‘연구기관 운영실태 점검 사업’, ‘출연연구기관 연구·행정 효율화 추진’, ‘협동연구사업’ 등이 포함됐다.

연구회는 대신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사업’(34억원), ‘국가비전‧전략제시를 위한 합동 국제컨퍼런스’(5억 9100만원) 등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지만 반영된 증액규모는 각각 7억원, 3억 9700만원에 그쳤다. ‘국가정책연구포털 운영‧ 서비스 확대 사업’(14억5000만원)은 증액되지 않고 전년과 동일한 금액이 예산으로 책정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서는 "연구회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지도·관리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데 목적을 두는 기관"이라며 "연구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사업들의 예산을 스스로 감축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화 사업 및 정보화 사업의 대폭 증액을 위해 연구기관 지원 및 관리 예산을 자체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한 예산 편성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구회가 스스로 예산 감액을 요구한 사업 중 협동연구사업에 관해서는 "단일 연구기관이 수행하기 어려운 범국가적 정책과제 및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미래전략 등에 대한 융·복합 연구를 위한 것으로, 국회 및 정부 등과의 공동의제 설정과도 관련 있는 사업"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연구회측은 "당초 7억원 감액을 요구했으나 이보다 많은 25억7000만원이 감액됐다"며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설계자로 꼽히는 정해구 이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KDI엔 "편향된 연구 우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경. /한경DB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경. /한경DB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산안에 대해서는 편향된 시각에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새롭게 예산이 편성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경제사회정책연구' 용역 계획안에서 ‘소득분배의 악화, 교육기회의 불평등 등 미국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분배개선 및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연구용역 의뢰’라는 내용을 적시한 게 문제가 됐다. 특정 방향을 전제한 후 용역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 이민정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인데 단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과 한국법제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등은 중복연구를 정비해야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