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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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과반수의 국민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1호 노동개혁 정책 중 하나인 직무급제 도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재차 천명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금체계 대안모색' 토론회에 앞서 외부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조사 결과 국민의 과반수(50.7%)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찬성은 33.3%였습니다.

또 직무성과급이 임금격차 해소에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은 58.6%,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30.5%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

특히 한국노총은 "20, 30대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58.3%, 61%로 더 많이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직무급제가 세대 상생형 임금 체계라는 정부 주장을 반박한 것입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도 직무급제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연공성 임금체계(호봉제)가 기업별 격차 확대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임금 결정 시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를 배제할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가장 한국적 특성을 담은 임금체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경제사회구조는 그대로 둔 채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추진하는 건 결국 중장년층 노동자의 임금을 깎겠다는 말"이라며 "가계지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교육, 의료, 주거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과 사회적대화를 통해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유일한 노동계 대화 파트너인 한국노총이 반대에 나서면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논의가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 세부 추진 방향으로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을 1호 개혁 과제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첫 개혁 과제부터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서, 이후 추가적 과제 발굴은 물론 노동시장 개혁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장 임금·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연구해 오는 17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큰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한편 노동조합의 반대는 이미 예상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중간 보고 간담회에서 "국내 근로자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30% 수준이라 여성 근로자는 대기업 소속이어도 연공 혜택을 보기 어렵고, 비정규직 근로자도 연공을 쌓기가 어렵다"며 "남성·대기업·정규직 근로자에게 유리한 임금체계는 개편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호봉제 체계가 유리한 정규직, 대기업 근로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양대 노총이 직무급제 도입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 바 있습니다.

직무급제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도외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체계의 수립과 개편은 국가가 강요할 수 없으며 결국 노사자치의 몫"이라며 "다만 세대 간 상생을 어렵게 만드는 불합리한 임금체계 또는 동일한 업무임에도 소속에 따라 임금의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문제 만큼은 해소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자칫 노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동계가 노동시장 개혁의 첫발부터 좌초시키려 할 경우, 정부가 노동계가 참여한 노동 개혁에 한계를 느끼고 비조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새로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