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신청은 정치적 결정…당장 부도나지 않을 회사가 부도난 꼴"
"강원도 사업이고 춘천에 있는 시설…잡음 줄여 신뢰 회복해야"

레고랜드 사태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송상익 대표이사는 "새 도정 들어 소통이 거의 없었다"며 "사전에 회생 신청을 협의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이사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회생 신청 결정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예산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다는 사유로 회생 신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자로서 문제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화와 소통으로 수습할 방안을 찾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상익 대표와 일문일답.
[인터뷰] 송상익 GJC 대표 "회생 신청 전 협의했다면 무조건 막았을 것"
-- 회생 신청 발표 전 강원도와 소통 있었나.

▲ 회생 신청 일정 관련 사전에 어떤 협의를 하거나 통보한 적이 없었다.

나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고, 한 번도 사전에 협의하거나, 얘기 들은 바가 없었다.

그러니까 대처할 수가 없었다.

-- 도의 결정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는 일각의 시각이 있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새 도정에서 우리를 전임 도정의 일부분으로 본 것 같다.

GJC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를 '저쪽(전임 도정)에서 일을 한 사람들'이라고, 제쳐놓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신임 도정이 짠 틀에서 필요한 부분만 들어보려고 했고, 소통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동의할 수 있었나.

▲ 반대하는 입장이었을 거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이 금융시장에서 일으키는 작은 충격도 사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우리와 대화했으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고 했을 거다.

충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11월 말에 부담할 412억원을 걱정해서 지금 회생 신청 결정을 하는 바람에 당장 2천50억원을 도가 재정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회생 신청 결정을 안 했으면 지금보다 연착륙할 수 있었다.

-- 도는 GJC가 회생을 신청하지 않고서는 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 6월 말에 인수위에 한번, 8월쯤 부지사에게 한번, 9월 강원도의원들이 현장 방문했을 때 한번 얘기했다.

세 번 다 '지금 상태에서 계속 내년 11월까지 가면 412억 모자란다'는 메시지였다.

소통이 많진 않았지만, 충분히 얘기했는데 별개로 회생 신청을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

당시 발표 내용 중에 '도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여기서 '피한다'는 게 내년 11월 말 가서 최선을 다해 사업을 마무리했을 때 모자라는 부분(412억원)에 대해서 도가 떠안는 게 예산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사유 때문에 회생 신청을 결정했다고 나는 본다.

[인터뷰] 송상익 GJC 대표 "회생 신청 전 협의했다면 무조건 막았을 것"
-- 최문순 전 지사는 GJC가 흑자기업이고 차차 갚아나가면 된다고 했는데.
▲ 양쪽 다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최 전 지사께서 얘기한 재무제표만 놓고 봐서는 이 사업이 끝나면 일정부분 숫자로는 흑자가 표시된다.

틀린 건 아니다.

지금은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짓는 데 있어 우리가 멀린사에 800억을 준 상태로만 돼 있으니 최 전 지사 말씀대로 흑자라는 것도 맞다.

그러나 회계적으로 봐서는 우리가 멀린사로부터 800억에 대한 자산을 받기로 돼 있고, 800억 자산 받는 시점에서 가치평가를 해야 하는데 해당 자산의 수익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0원이 될지 800억원이 될지 모른다.

100% 다 인정받으면 최 전 지사 말씀대로 흑자기업이 맞고, 만약 0원으로 봤을 때는 412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보는 거다.

-- 토지 매각과 관련 제대로 판 땅이 없다고 하는데.
▲ 도 얘기처럼 소유권이 이전된 게 극히 일부라는 건 맞다.

하지만 땅이 이전되려면, 계약금을 치른 상태에서 중도금, 잔금까지 다 받아야 하고, 매수자로서는 건축허가를 받아야만 금융시장에서 본 프로젝트펀드(PF)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지금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강원도나 춘천시에다 매수자들에게 소유권 이전을 해줘서 건축 승인받을 수 있게끔 부지에 대한 지적공부(地籍公簿·토지정보를 기록한 대장·도면) 정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가 기반 공사하기 전에는 지적상 논밭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큰 땅이 만들어졌으니 지적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도와 춘천시 간 협조가 안 됐다.

지적정리가 안 되니까 우리가 준공검사를 못 하고, 매수자들이 건축 승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었던 거다.

매수자들이 계약만 해놓고 '돈이 없어요'라고 한 게 아니라는 거다.

둘째는 그런데도 강원도가 이를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회생 신청 결정을 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금융시장 다 망가졌다.

공기업이나 지자체도 돈 빌리기 힘든 마당에 레고랜드가 있는 중도 때문에 사달이 났는데 중도 땅 가지고 돈 빌리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얘기 아닌가.

-- 지적 정리만 됐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이야긴가.

▲ 그랬다면 돈이 들어와서 지금 아무 문제 없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회생 신청 때문에 시장이 망가져서 땅을 가지고 개발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아파트나 그보다 사업성 좋은 지자체가 하는 사업도 안 돌아가는 마당에 레고랜드의 '레'자도 듣기 싫은 시장에서 중도 물건 들고 사업하겠다고 펀딩이 되겠나.

결국 회생 신청 때문에 PF 할 수 없고, 이미 그 전에 지적 정리 등 행정지원이 아예 끊어져 있었다.

솔직히 도에서 회생 신청을 염두에 두고 이런 부분들을 고의로 해태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인터뷰] 송상익 GJC 대표 "회생 신청 전 협의했다면 무조건 막았을 것"
-- GJC의 방만 경영에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

▲ 열심히 강원도 일 해온 사람에게 근거 없이 방만 경영이라고 하는 건 나에게 모욕이다.

도지사만 바뀌었을 뿐이지 똑같은 강원도 아닌가.

10여 년 동안 이 사업하면서 도청에서 레고랜드 지원 전담 조직과 GJC에 파견한 직원까지 늘 공무원 15∼18명이 관여했다.

사전에 회의하고 논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강원도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모두 참가해서 경영상 결정을 다시 확인했다.

하나하나 다 감독했으면서 방만 경영했다고 하면 감독을 제대로 안 했다는 것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 GJC도 자구책을 고민한 게 있을 텐데.
▲ 많이 했다.

내가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 사업이 끝나면 1천억원이 넘는 돈이 모자랄 거라는 사실을 강원도도, 나도 알고 있었다.

GJC 입장에서도 경비 경감은 당연한 거고 2020년 대출기관을 한국투자증권에서 BNK투자증권으로 바꿨고, 땅도 과거에 안 좋은 조건으로 팔았던 것을 재계약해서 빚을 많이 줄이는 등 노력했지만 412억원이 모자란다고 한 거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사간 주차장 땅이나 강원도가 컨벤션센터 짓겠다고 사간 임시주차장 땅도 우리로서는 싸게 판 것이다.

-- 부지 매각과 관련해 도가 GJC에 싸게 판 땅을 비싸게 되샀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 우리가 강원도에서 사 올 때는 아무런 개발행위가 이뤄지지 않은 논밭이었지만, 인허가를 받고, 문화재를 발굴하고, 길을 내고, 하수관과 가스관 등을 묻는 등 돈을 들여 개발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에 비싸게 되판 거다.

상가 부지도 700억원 이상 나올 땅인데 굳이 컨벤션센터 짓겠다고 479억원에 가져갔다.

지금에 와서 컨벤션센터 안 지을 거라면 우리한테 되팔아야 한다.

그러면 200억∼3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레고랜드에 투자한 800억원에 대한 임대수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빚을 없애는 등 몇 가지 상환 방안을 묶으면 412억원 정도는 충분히 내년 11월 말까지 상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유적공원 건립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 GJC가 하는 게 맞지만, 돈이 없고 공공성이 있는 부분이니 도에서 해주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도가 예산 확보 시도도 했으나 결과물은 없었다.

레고랜드가 문을 열고서 '유적공원 조성은 왜 안 돼'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도에서는 슬그머니 '우리가 하기 힘드네'라는 입장까지 와있다.

어쨌든 설계는 우리가 다 해놨고, 유물들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에 대한 용역이 내년 중반기까지 이뤄진다.

그러면 우리든, 도가 됐든 예산을 확보해 내년 하반기부터 설계대로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하면 적자 412억원에 더해 300억원 정도가 더 늘어나게 된다.

[인터뷰] 송상익 GJC 대표 "회생 신청 전 협의했다면 무조건 막았을 것"
-- 도에서는 GJC에서 자료 제공에 비협조적이어서 지분율을 50% 이상 높여 감사권을 쥐고 들여다볼 계획을 하고 있는데.
▲ 필요할 때마다 도청 감사위원회에서 늘 자료 제출 요구를 했고, 레고랜드 지원부서에서도 재무구조나 자금 집행 등을 수시로 감사했다.

전임 도정까지만 해도 실시간으로 자료를 공유했다.

그러나 현 도정 들어서는 소통 시도를 거의 안 해놓고 자료 제공을 안 했다고 하는 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

예를 들어 땅을 매매했을 때 언제, 누구에게, 몇 평을 얼마에 팔았는지 자료는 늘 제공했다.

그런데 자꾸 계약서 원본을 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도의 감독을 받는 회사라지만 계약서를 유출할 수는 없었다.

-- 회생 신청 여파로 멀린사가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도정의 주인이 바뀌면서 과거 도정과 선이 그어졌고, 지금 도정은 멀린에 아무래도 비우호적이다.

전임 도정에서는 사업이 원만하게 종료될 때까지는 강원도가 GJC에 자금조달이나 재정지원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깨버린 꼴이 되지 않았나.

자금조달이나 재정지원은커녕 당장 부도가 나지 않을 회사를 가지고 부도를 나게 만드는 꼴이 됐다.

어떤 형태로는 멀린에서 소송이든 항의든 이의제기가 반드시 있을 거로 생각한다.

--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회생 신청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잡음이 적게끔 했으면 한다.

도정이 바뀌기는 했지만, 강원도 사업이고 춘천에 있는 시설이지 않나.

그렇다면 원만하게 수습할 방안을 소통으로 찾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다시 소통하자고 한다면 얼마든지 응할 의향이 있다는 건가.

▲ 당연하다.

나는 강원도에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의 책임자니까 지금까지 문제를 회피한 적도 없고 회피할 이유도 없다.

앞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수습할 방안을 찾고, 잡음을 줄여서 신뢰를 회복하고 비용도 최소화하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