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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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사고가 일어났던 골목에 옆에 위치한 해밀톤호텔의 일부 건축물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간이 북쪽 거리 일부를 점유하며 더 비좁아진 골목길에 인파가 몰려 피해가 확대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용산구청과 해밀톤호텔 건축물대장 등에 따르면 해밀톤호텔 본관 북측에 있는 주점은 테라스(17.4㎡)를 무단 증축해 쓰고 있다.

해당 테라스는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내리막 골목길로 이어지는 바로 윗부분 우측 골목에 자리해있다.

사고 당시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있던 인파는 테라스가 있던 지점을 지나 좁은 내리막길로 몰린 상황이었다. 이 내리막 골목길은 위쪽 폭이 5m가량이지만, 아래로 내려올수록 좁아져 3.2m까지 줄어든다. 불법 테라스로 인해 골목길이 좁아지면서 병목 현상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구는 지난해 이런 사실을 확인해 호텔 측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시정되지 않자 강제이행금을 부과한 뒤 해밀톤호텔 본관을 위반건축물로 표기했다.
현장감식 중인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현장감식 중인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또 내리막길을 따라 약 10m가량 이어진 해밀톤호텔 둘레에 설치된 철제 가벽도 문제로 지적됐다. 호텔은 가벽을 쇼핑몰로 통하는 통로로 활용해왔다. 다만 이 가벽은 천장이 없는 형태라 관련 법상 불법 증축 건물로 분류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1970년대에 준공한 해밀톤호텔은 도로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건물을 짓도록 하는 건축한계선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한계선 규제는 2002년에야 도입돼 기존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고,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할 때 적용되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해밀톤호텔 주점 등의 무단 증축에 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계속 철거 요청을 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추가 강제집행 여부는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