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뒤 8월 5.7%, 9월 5.6%로 낮아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올랐다.
외식물가 8.9% 껑충
이같은 물가상승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외식 물가다. 외식물가는 이 기간 8.9% 증가했다. 전달 9.0% 상승에 이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5.7% 중 1.13%포인트는 외식 물가가 오른 영향으로 분석됐다.품목별로 보면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외식 품목의 물가가 모두 올랐다. 가장 상승률이 큰 품목은 짜장면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13.2% 가격이 올랐다. 김밥(13%), 갈비탕(12.1%)과 라면(12.1%), 햄버거(12.0%) 등이 뒤를 이었다. 칼국수(11.8%)와 해장국(11.7%), 떡볶이(11.7%), 짬뽕(11.2%)도 값이 크게 오른 품목으로 꼽혔다. 물가 상승률이 상위권을 기록한 품목 대다수는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품목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곡물 가격이 요동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 외식 메뉴인 치킨(10.3%), 삼겹살(10.6%)의 가격 상승 폭도 큰 편이었다. 소주(9.5%), 맥주(9.1%) 등 식당에서 파는 주류 가격도 크게 뛰었다. 외식 가격이 부담스러워 집밥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의 장바구니 물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채소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1.6% 상승했고, 가공식품도 9.5% 값이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밀가루가 36.9% 뛴 것을 비롯해, 부침가루(30.8%), 국수(29.7%), 시리얼(24.4%), 빵(15.3%) 등의 값이 크게 올랐다. 이 역시 국제 곡물가 상승 여파로 해석된다. 채소류 중에선 배추(72.3%), 무(118.1%), 양파(25.4%) 등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다만 채소류 가격은 전달에 비해서는 13.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요금도 크게 올라
먹거리 외에는 전기·가스·수도가 23.1% 오르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시가스가 36.2% 올랐고, 전기료(18.6%)와 지역난방비(34.0%)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된 여파다.휘발유(-2.0%)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하락 전환했다. 반면 경유(23.1%)는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보험 서비스료(14.9%), 공동주택 관리비(5.4%) 등 외식외 개인서비스도 4.6%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4.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2% 올라 마찬가지로 전월(4.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상승률은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 상승률(6.5%)과 같았다. 10월까지 작년 누계 대비 물가 상승률은 5.1%로 올라섰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전기·수도·가스의 오름세가 확대되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