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오너 3세’인 정기선 사장이 취임한 이후 첫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을 이끌던 4명의 부회장 중 2명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세대교체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김형관 사장, 신현대 사장, 이동욱 사장, 최철곤 사장.
왼쪽부터 김형관 사장, 신현대 사장, 이동욱 사장, 최철곤 사장.
현대중공업그룹은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장단 내정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현대제뉴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현대제뉴인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린 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다. 이번 인사에서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기계 기술 분야에서 한우물을 판 이 사장은 기존 조영철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기술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건설기계 기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과 전문성을 앞세워 건설기계 사업을 세계 톱5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개발 총괄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연 현대제뉴인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맡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출신인 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이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세대교체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은 현대미포조선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고,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에는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내정됐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가 서로 자리를 옮긴 것은 양사의 장점을 강화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밑에 현대중공업(초대형 선박)·현대삼호중공업(대형 선박)·현대미포조선(중형 선박)의 수직계열화를 구성하고 있다. 중형과 대형 선박 제조를 대표이사가 두루 경험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사장단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영민 사장 단독 체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등 4명 중 2명이 1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룹을 이끄는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3개 부문 중 각각 에너지와 건설기계를 이끌던 두 명의 부회장이 물러난 것이다.

정기선 사장이 지난 3월부터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를 이끌게 된 후 실시한 첫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전격 단행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그룹의 3대축은 유지될 예정”이라며 “이번 인사는 그룹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른 시일 내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선임 등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조만간 후속 임원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