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공개했지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급등했다. 인텔과 경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견조한 성장세가 확인된 데다 그간 실적 발목을 잡고 있던 과잉 재고 문제를 연내 털어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시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MD는 1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순이익이 6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9억 2300만달러대비 93%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주당순이익(EPS)은 4센트로, 역시 1년 전 75센트 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칩 제조사 자일링스를 490억달러에 인수한 비용이 반영되면서 순익을 대폭 끌어내렸다. 매출도 55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는 29%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인 56억20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PC시장에서 수요가 약화하고 이 분야의 공급망 전반에 걸쳐 고객들이 재고를 대폭 줄이면서 부품 출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과잉 재고 이슈를 언급했다. 실제 PC 부문인 클라이언트 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1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0% 급감했다. 시장 전망치 11억 7000만달러도 하회했다.

4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돌았다.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52억~58억달러, 연간 매출 전망치는 232억~238억달러를 각각 제시했다. 이는 전문가 기대치인 59억5000만달러, 241억6000만달러에 크게 부족한 규모다.
美반도체기업 AMD, 기대 이하 실적에도 주가 급등한 이유는?
이같은 성적표에 전장 대비 0.67% 하락 마감했던 AMD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깜짝 급등해 1주당 63달러까지 찍었다. 마켓워치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1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했고, 전문가 예상치 16억4000만달러에도 근접했다"며 "특히 경쟁사 인텔의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42억달러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보다 27%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것과 비교되면서 AMD의 경쟁력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수 CEO는 "데이터 센터 시장에선 우리가 계속해서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칩이 남아도는 문제도 연내 해결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 CEO는 "4분기엔 PC시장 수요가 더 부진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철저한 대비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재고 과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에서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14% 증가한 1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장그래픽 부문 매출도 13억달러로 전년 동기 7900만달러에서 2배 가까이 뛰었다. 수 CEO는 "저조한 PC 부문을 데이터센터, 게임, 내장그래픽 부문 등이 상쇄해줬다"며 "향후 데이터센터, 내장그래픽 시장을 중심으로 전략적 우선 순위에 계속 투자하는 동시에 나머지 사업 전반에 걸쳐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