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콘텐츠를 편리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종목 집중탐구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면서 골칫거리가 된 종목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 얘깁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52주 최고가는 30만원. 1년도 채 되지 않아 주가가 70% 넘게 추락했습니다. 고점에서 물린 개미들에겐 악몽같은 수치입니다.

'새판을 짜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일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통해 'SKBS 3.0'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일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모처럼 10%가량 주가가 오르자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습니다. 갈피를 못잡고 휘청이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 반등의 기회가 있을까요?

따상은 옛말? 공모가 근접한 주가

[마켓PRO]9%대 급등한 SK바사…목표주가는 추락하는 까닭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민보건 수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습니다. SK는 2001년 동신제약을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동신제약은 당시 백신과 혈액제재 전문업체였습니다. 이후 주로 독감백신 등을 생산해 공급해왔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SK케미칼의 사업부문이었습니다. 차츰 몸집이 불어나자 백신사업을 분할, SK케미칼의 자회사인 현재의 모습으로 갖췄습니다. 작년엔 코로나19라는 업계 호재를 등에 업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습니다.
[마켓PRO]9%대 급등한 SK바사…목표주가는 추락하는 까닭은?
1년 반 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는 6만5000원이었습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2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하기도 하자 주주들은 환호했습니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작년 8월 수직상승합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임상 3상 실험에 돌입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수직 상승했고,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37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3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20만원으로 추락하기까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작년 말 반짝 반등에 성공하나 싶었던 주가는 미끄럼틀을 탄듯 떨어지더니 7만원대로 하락하며 공모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의 굴레가 차츰 벗겨진 것이 투자자들을 돌아서게 했습니다. 더 이상 매력적인 주식이 아니게 된 것이죠.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거치며 확보한 기술력은 인정하더라도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넘어 새로운 것 무언가를 보여줘야지만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주주들에겐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죠.

목표가 줄줄이 하향...이유는?

[마켓PRO]9%대 급등한 SK바사…목표주가는 추락하는 까닭은?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난 7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제시했던 SK증권은 1일 넉 달 만에 보고서를 새롭게 내면서 목표가를 8만8000원으로 뚝 떨어뜨렸습니다. 물론 현재 주가가 목표가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상태니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4개월만에 이뤄진 조정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눈높이를 낮춘 셈입니다.

목표주가를 낮춘 가장 큰 이유는 실적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3분기 매출 911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58.7%, 78.6%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미 실적 부진이 예견된 상태라 시장은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실적부진의 원인은 노바백스 백신판매 부진에 따른 CMO 수주물량 감소가 가장 컸고 R&D 비용이 소폭 증가하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실적발표를 토대로 동사의 2022년, 2023년 실적을 각각 54.5%, 62.3% 하향 조정하고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매크로 변수를 감안해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8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3분기 실적을 보니 내년 실적까지도 좋지 않아보인다는 의견입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2001억원에서 내년 1768억원, 2024년 1671억원으로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4742억원이었습니다.

삼성증권은 "예상되는 역성장에 탈출구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목록 등재 승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후 추가 계약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변이 대응 백신 출시된 만큼 스카이코비원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사업 전략 기준으로 2023년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습니다.

새 비전 밝힌 SK바사, 시장 반응은 냉랭?

[마켓PRO]9%대 급등한 SK바사…목표주가는 추락하는 까닭은?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추락할꺼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충분히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는 의견과 아직 추가 하락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물론 주가가 향후 크게 반등할 것이냐를 두고선 전망이 대부분 일치합니다. '코로나 재확산' 등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 지지부진한 주가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투자 모멘텀이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측에서 새판을 짜겠다는 전략을 밝히긴 했지만 단시간에 성과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BS 3.0을 발표하며 내년부터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을 재생산하고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활용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