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2%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유 재고 감소도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63달러(1.84%) 오른 배럴당 90.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물 가격은 전날 보다 1.51달러(1.60%) 상승한 배럴당 96.16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Fed의 금리 인상 폭을 주시했다. Fed의 공격적인 긴축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불러일으켜 원유 수요를 감소시키고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Fed는 이날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0.7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지난 6월, 7월, 9월에 이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시기는 이르면 다음 번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속도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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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한때 0.94% 하락한 110.394를 기록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유 수요가 증가해 유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원유 거래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는 시간에 마감했다. 이후 달러화는 낙폭을 줄였다.

예상보다 더 많이 감소한 미국의 원유 재고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8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의 원유 재고는 4억3680만배럴로 311만 배럴가량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20만배럴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휘발유 재고는 125만7000배럴 줄었다.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42만7000배럴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각각 90만배럴, 8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럽연합(EU) 수입 금지 조치(12월 5일)도 다가오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EU의 대응책이다. 지난 2월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 중단에 이어 실시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함에 따라 시장의 원유 공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