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주소지였던 박병화의 거처는 막판에서야 화성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화성시는 화들짝 놀랐다. 정명근 화성 시장과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고, 원룸촌에서의 시위가 이어졌다. 박병화는 원룸 입주 이후 두문불출 하고 있다. 경찰은 좁은 길 사이에 콘테이너로 임시 방법 초소를 설치했다.
화성시는 박병화를 퇴거 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1일 원룸 건물주는 친척으로 추정되는 가족이 위임장 없이 박병화 명의의 도장을 이용해 대리 계약한 사실을 확인, 임대차 계약 해지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시 관계자, 경찰관과 함게 원룸을 찾아갔으나, 박병화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문 틈사이에 통보서를 끼워넣었다고 한다.
지역사회가 성범죄자의 거주를 꺼리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특히 화성시는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이춘재 연쇄살인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도시다. 화성시는 우선 박병화를 대학가 원룸촌에서만큼은 쫓아내야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계약 취소가 되지 않고, 박병화의 거주지가 원룸 촌으로 확정된다고 주민들이 피해를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박병화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끼고 있는데다, 경찰이 동네 방범과 감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화는 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야간 외출 금지, 과도한 알콜 섭취 금지, 교육시설 출입 금지, 성폭력 재범 방지 프로그램 이수 등을 지켜야 한다. 2020년 말 조두순 출소 이후 대혼란을 겪었던 안산시 단원구 와동도 여태까지 큰 혼란이 없었다.
그러나 성범죄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더라도 주민의 불안은 남을 수 밖에 없다. 설령 화성시에서 박병화를 쫒아내더라도 다른 지자체에서 꺼릴 수도 있다. 이때문에 화성시 퇴거 시 법무부가 운영하는 갱생 시설에 입소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이는 이중 처벌 논란이 항상 따라다닌다. 지난달 의정부시 법무부 산하 시설에 입소하려다가 극한 반대를 겪었던 김근식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 김근식 사태는 막판에 여죄가 드러나 재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성범죄자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시민 불안이라는 명분 하에 제한될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제한돼야하는지 그 물음 앞에 서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