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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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현장을 지원할 용산경찰서 소속 의경은 한명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경찰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찰 인력이 부족해지자 시민 질서와 교통을 책임져왔던 의경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용산서 소속 의무경찰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서 관계자는 “작년까진 일정 규모의 의무경찰이 있었으나 올해 5월부터 의경은 한명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의무경찰 규모는 2000여명으로 2017년(2만5000여명) 대비 92% 급감했다. 내년 5월이면 의경이 폐지되면서 이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의경은 현역병 부족 등을 이유로 매년 20%를 감축하며 폐지 수순을 밟아왔다.

경찰은 신규 채용 확대로 의경 공백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경찰서 인력은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현재 789명으로 2016년(714명) 대비 10% 느는 데 그쳤다. 충원된 인력마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것이었다. 용산서는 지난 4월 교통(28명)·안보(9명)·경비(7명)·정보(7명) 등 총 62명을 신규 발령했다. 대부분은 청와대 관할이었던 종로경찰서와 청와대 경비 담당 101경비단 등에서 모집했다.

의경 복무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현장에 의경이 충분히 투입됐더라면 참사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2017년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서는 의경(방범순찰대) 60명을 이태원 일대에 투입하기도 했다. 의경은 주로 대규모 행사와 집회·시위 등에서 시민통행 관리·교통질서 유지·위급상황 보고 등의 역할을 한다. 7년 전 의경으로 근무했던 이모씨(29)는 “집회·시위뿐 아니라 할로윈처럼 대규모 행사 때는 의경들이 현장에서 시민들 질서와 교통을 관리한다”며 “의경이 곳곳에 투입돼 현장에서 긴급한 일이 생기면 경찰관에게 바로 보고해 사건 발생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당일 경찰 인력은 130여명으로 지난해 대비 40% 증원됐다고 해명했지만 현장 인원 대비 경찰관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전국 평균 411명이다. 하지만 지난 29일 경찰 137명이 이태원에 모인 시민 13만명을 관리했던 것을 고려하면 경찰 한명당 948명을 맡은 셈이다.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을 경찰이 담당한 것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마약과 성범죄 단속에 투입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당시 투입된 사복 경찰로는 질서 유지가 불가능하고 마약·성범죄 단속 목적으로도 인력이 많이 투입됐기 때문에 실제로 혼잡 경비를 관리하는 효과는 미미했다"며 “혼잡한 인파를 관리할 경비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