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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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데세스벤츠가 내년 출시 예정인 E클래스 신형이 벤츠의 내연기관을 적용한 마지막 신차가 될 예정이다. 이후 나오는 후속 모델은 모두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엔진의 아버지’인 카를 벤츠가 벤츠사를 설립한 1883년 이후 140년 만이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최근 독일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E클래스는 엔진용으로 개발된 마지막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 벤츠가 엔진을 발명한 뒤, 140여 년간 쌓아온 내연기관 기술력을 버리고 전기차 아키텍처 기술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벤츠는 지난해 7월 전기차에 적용할 새로운 아키텍처 세 개를 공개했다. MB EA는 중형과 대형 전기차 제조의 기반이 되고, AMG EA는 고성능 전기차 플랫폼으로 이용된다. VAN EA는 전기 밴과 경상용차를 만드는 데 쓰인다.

전용 아키텍처 또는 플랫폼은 전기차 개발과 생산의 핵심 설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앞 뒤 바퀴 사이의 바닥에 배터리를 넓고 평평하게 깔아둔 이 스케이트보드 형태로 이뤄져있다. 이 위에 어떤 차체를 올려 조립하느냐에 따라 차종이 달라진다. 전용 플랫폼을 토대로 전기차를 제조하면 차량 무게와 부품 수를 줄이고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는 테슬라, 현대자동차·기아, 폭스바겐 등이다. 엔진에서 앞서갔던 벤츠는 이 분야에선 후발 주자에 속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서서히 내연기관 개발을 중단하며 엔진 시대의 종식을 알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R&D) 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했다. 내연기관용 파워트레인담당 조직은 전동화개발 담당으로 개편했다. 닛산자동차는 일본 완서앛 업체 중에선 처음으로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2026부터 엔진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