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지원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으로 15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잡은 SK온 투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부문장(부사장·CFO)은 지난 3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의 자금조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 설비투자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현금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한 것이다.

자회사인 SK온이 자금조달이 여의찮은 만큼 SK이노베이션이 현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이 현금 수혈을 내비친 것은 SK온의 자금 유치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SK온은 올해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5조2696억원의 시설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투자비 조달이 여의찮다는 분석이 많다. SK온은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8조5268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99%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에 세전 손실이 1686억원에 달하는 등 순손실이 이어지는 만큼 부채비율은 3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흑자전환 시점을 내년 중순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여의찮다는 분석도 적잖다.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만큼 이 회사는 투자유치를 타진해왔다. 상장전 투자유치(Pre-IPO) 방식으로 국내외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1조~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4조원 규모의 조달을 계획했지만, 최근 국내외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규모가 큰 폭 줄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등까지 겹치면서 최근 자금시장 경색 수위는 더 높아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SK온의 투자금 공백을 모회사가 채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SK온의 투자금 유치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5000억~1조원가량의 자금을 SK온에 출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김양섭 부문장은 이에 대해 "SK온은 투자자 유치 작업은 지연됐지만, 협상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시기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