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창업, 회사 철학 공유하는 구성원 확보부터"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회사의 확고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조직 구성원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진형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교수 겸 엘비스(LVIS) 창업자는 3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의 ‘디지털 시대의 창업정신과 성공 DNA’를 주제로 한 기조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조직을 구성할 때 다양성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는 구성원들이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빠른 판단력이 요구되는 디지털 시대에 신속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선 뚜렷한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연사로 나선 이승훈 링글잉글리시에듀케이션서비스 공동대표는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5~7년을 쫓아다니며 ‘삼고초려’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외부 인재는 회사의 철학에 공감하면서 자신이 가진 경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소수 정예의 강력한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인재 발굴 이후에도 오랫동안 회사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함께 창업했던 사람들과 여전히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공동 창업자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는 상호 간 정서적 신뢰도가 긴밀한 사람이 더 적합하다"며 "더욱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창업이란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창업 키워드가 ‘시장’과 ‘경쟁’, ‘매출 극대화’지만 미국에서 배운 키워드는 ‘문제 해결' 자체”라며 “당장 눈앞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라면 반드시 시장의 중요도는 높아진다”고 말했다.

링글은 한국에서 성인 대다수가 영어 교육을 받았지만 영어 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개발된 1대 1 영어 회화 교육 서비스다. 그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명확했기에 앱 다운로드, DAU(일간 활성 사용자 수) 등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양적 지표보단 유료 수업 수, 추천 수, 유저 획득 비용이라는 질적 지표에 집중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개인적 경험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이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잘하는 일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인지 따져본 뒤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물론 전자공학도가 뇌 질환 치료를 한다고 나섰을 때 많은 무시와 편견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를 인내하며 먼길을 돌아가야할 때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