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뉴타운과 가재울뉴타운 아파트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뉴타운 신축 단지들은 낙후 지역을 탈바꿈시킬 것이란 기대에 힘입어 거침없이 가격이 올랐으나 침체기에 접어들자 단점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3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실거래 가격이 17억8500만원까지 올랐던 서울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 전용면적 84㎡는 최근 11억7000만원대 매물이 등장했다. 2017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역세권의 1722가구 규모 대단지로 신길뉴타운의 ‘대장주’로 꼽힌다. 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집값이 급격히 오른 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전용 84㎡ 분양가가 5억원대 중반에 불과했기 때문에 돈이 급한 집주인이 미련 없이 급매물을 내놓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길·가재울 '악소리'…15억원 넘던 84㎡형, 5억 '급락'
신길뉴타운은 2017년 이후 부동산 급등기에 ‘저평가 우량주’로 각광받으며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신길 9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클래시안과 신길12구역 신길센트럴자이 등 2020~2021년 입주 단지들 역시 지난해 호가 기준 18억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거래가 끊기면서 매도 희망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전셋값도 내림세다. 신길5구역을 재개발한 보라매SK뷰 전용 84㎡는 전셋값이 지난 4월 최고 13억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7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엔 전세금 6억900만원에 임대차 재계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역 발전 호재로 주목받으며 집값이 올랐던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역시 최근 아파트값 내림세가 가파르다.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전용 84㎡)는 작년 9월 실거래가 15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1억5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전용 84㎡) 역시 15억원까지 올랐던 호가가 11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전셋값 동반 하락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말 10억원대를 기록했던 DMC파크뷰자이(전용 84㎡) 전셋값은 최근 6억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시장 상승기엔 신길뉴타운의 경우 신안산선과 신림선 개통, 가재울뉴타운은 서부선경전철, 롯데복합몰 등의 호재가 발전 잠재력으로 주목받으면서 급등했다”며 “하지만 시장이 침체되자 주변 낙후 주택가, 개발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이 재조명되면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