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 초반만 해도 ‘피벗(정책 전환)’ 기대는 한껏 무르익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곧 찬물을 끼얹었다. “금리 인상 중단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최종 금리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냈다.

“최종금리 연 4.6% 넘어설 것”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초반에 “어느 시점이 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그것이 다음 회의인지 아니면 그다음 회의인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지만 속도 조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이 0.75%포인트가 아니라 0.50%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금리인상, 더 높게 더 오래"…파월, 내년 최종금리 5% 시대 예고
하지만 파월 의장이 계속 긴축을 강조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바뀌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릴 것인가보다 얼마나 높게 올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제약적인 수준으로 둘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9월 이후 들어온 데이터를 통해 보면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에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상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평균값은 연 4.6%였는데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Fed는 이날 성명서에서 최종 금리에 대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에익 와이즈먼 MFS투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최종 금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씨티은행은 내년 최종 금리 전망치를 연 5.0~5.25%에서 연 5.25~5.5%로 0.25%포인트 올렸다. Fed가 다음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뒤 내년 2월 0.50%포인트, 3월 0.25%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상 중단 기대하지 말라”

파월 의장은 월가가 기대해온 금리 인상 중단 논의를 일축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과열된 상태”라며 “금리 인상 중단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단언했다.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연착륙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고 있어 좀 더 제약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며 “연착륙 달성 경로는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긴축으로 인한 강달러 현상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달러 강세는 일부 국가에 도전 과제이며 Fed도 강달러의 파급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태도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는 1.55%, S&P500지수는 2.50% 하락 마감했다.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지수는 3.36% 급락했다.

3일 영국 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3%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1989년 후 최대 폭 상승이다. 영국 기준금리가 연 3% 이상이 된 건 2008년 11월 후 처음이다. BOE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며 “올 3분기부터 시작된 영국의 경기침체는 2024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