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장식에 우아한 새틴 드레스를 입고 먼 곳을 응시하는 여인. 오스트리아 제국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아들이자 비운의 황태자였던 루돌프(1858~1889)와 결혼한 벨기에 출신 스테파니 공주다.

스테파니 공주는 17세가 되자마자 결혼했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던 루돌프는 몇 년 뒤 내연녀 마리 베체라와 동반 자살한다. 스테파니 공주는 1900년 헝가리 백작과 재혼해 새 삶을 찾았지만, 전쟁 중 러시아군에 의해 궁에서 쫓겨났다.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역사 화가이자 왕실의 후원을 받아 ‘화가들의 왕’으로 불렸던 한스 마카르트(1840~1884)가 그렸다. 초상화 속 주인공의 자태를 보며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성 초상화들을 떠올려봐도 좋다. 마카르트는 클림트의 스승이자 그가 가장 존경하던 영웅이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