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보여준 꿈같은 밤이었다. 지난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그의 '오페라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4일 밤에는 독일어 시로 구성된 리트(독일 가곡)를 통해 자신만의 문학적 해석을 들려줬던 그가 이번에는 본업인 오페라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10년만의 내한 공연인데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사후 현재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있는 그를 볼 수 있는 기회여서인지 객석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이날 오페라 프로그램은 세계 투어중인 성악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배려한 구성이었다. 오페라 아리아와 서곡을 교차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무대에는 카우프만의 오랜 친구인 지휘자 요헨 리더가 10년 전 그의 첫 내한 공연에 이어 이날도 지휘를 맡았다. 이들은 홍콩과 대만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53인조 수원시향이 연주한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서곡이 끝나고 문이 열리자 가성의 허밍으로 목을 풀면서 걸어 나온 카우프만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오묘한 조화’를 불렀다.첫 곡을 듣는 동안 요나스 카우프만의 본업이 ‘오페라 가수’였다는 것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 좌우를 활보하며 4일 공연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량과 고음을 들려줬는데, 오페라 <토스카>에서 카바라도씨가 ‘나의 유일한 사랑은 토스카 당신’이라며 외치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질러낸 고음과 다음 프레이즈를 위한 호흡 사이의 ‘잔향’은 그동안 수없이 공연을 보며 경험했던 롯데콘서트홀의 ‘잔향’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풍성한 울림이었다.이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청결한 아이다&
“여자는 지휘자가 될 수 없어. 그게 전통이라고.”네덜란드 감독 마리아 피터스의 2018년 출시 영화 ‘더 컨덕터’에서 주인공 안토니오 브리코(배우 크리스탄 드 브루인 분)는 이 말을 수차례 듣는다. 1902년생인 브리코는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1930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38년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를 맡아서다. 세기가 바뀐 지금도 지휘 영역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쉽게 연상되는 분야다. 클래식 음악 전문 매체인 바흐트랙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 공연 중 여성이 지휘한 경우는 13%에 그쳤다.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클래식 음악에서 브리코처럼 남성 중심 위주의 음악계를 개척했던 음악인들을 되짚어봤다. 브리코는 자신을 ‘여성 지휘자’로 규정하지 않았다. 성을 떼고 지휘자라는 역할에 집중했다. 영화가 지휘자를 뜻하는 영어인 ‘더 컨덕터’로 명료한 제목을 잡은 이유다. 음악사에 흔적을 남긴 다른 여성 음악가들도 여성이란 단어에 자신들을 묶어두려 하지 않고 음악으로서 평가받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여성 평가 떼고 싶어 가명 쓴 스미스유럽에선 런던 출신 작곡가인 에델 스미스(1858~1944)가 선구자였다. 그는 청소년기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의 작품들을 접하고 작곡의 길을 걷기로 한 당찬 소녀였다. 당시는 여성에게 작곡이 어불성설로 여겨지던 때. 그녀는 작곡 공부를 반대하던 아버지와 싸운 끝에 혼자 유럽 본토로 건너가 라이프치히음악원에 입학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그녀가 원하는 공부를 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이 음악원은 1843년 설립 이후 약 30년 가까이 여성의 입
국내 최대 갈치 산지인 제주도에서도 ‘갈치 통구이’를 맛보기 어려워질 만큼 갈치가 안 잡히고 있다.로컬(지역) 맛집에서는 큼지막한 갈치 한 마리를 통으로 구워내곤 했지만 이젠 수급이 어려워져 메뉴판에서 사라질 정도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직장인 이모 씨는 몇 년 전 갔던 갈치구이 맛집을 다시 찾았지만 “이젠 팔지 않는다”는 주인의 답변을 들었다. 다른 식당에서도 갈치구이를 주문했지만 수입산 갈치만 취급했다.9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갈치 위판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제주도 내 7개 수협 가운데 주요 위판 어종인 5개 수협(서귀포·성산포·제주시·모슬포·한림수협) 지난해 위판량은 전년(2023년) 대비 10~40%대 급감했다. 감소폭은 수협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확연한 감소세다.제주뿐 아니라 전국 수협 갈치 위판량 또한 2023년 5만2000t에서 2024년 3만5000t으로 32.7% 줄었다. 주요 산지인 이들 제주 지역 5개 수협에선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갈치 위판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주로 여름철에 많이 잡히는 갈치의 적정 서식 온도는 25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급 폭염이 덮친 지난해 여름 한때 제주 해역 표층 수온이 30도를 웃돌 만큼 뛴 여파에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조합 관계자는 “작년부터 갈치 어획량이 많이 줄어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서 갈치 자원 자체가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