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도사' 베릴의 도술은 '역천괴' 케리아도 홀릴까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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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2022년 최고의 팀을 결정할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마지막 피날레만을 남겨놓고 있다. 한국 리그 LCK 팀인 T1과 DRX가 오는 6일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누가 이기든 LCK가 2020년에 이어 2년 만에 소환사의 컵을 탈환하게 됐다. 올해로 12번째 열린 롤드컵에서 7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LCK는 소위 ‘황부 리그’에 오르게 됐다.
T1은 롤드컵 4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DRX는 창단 첫 우승이라는 기적을 각각 꿈꾸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두 팀 간 대결답게 모든 선수들 간의 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미드 라인에서는 '불사대마왕' 페이커(이상혁)가 이번 대회 초신성으로 떠오른 제카(김건우)를 상대한다. 탑에서는 최고의 폼을 보여주는 제우스(최우제)와 단단한 라인전을 펼치는 킹겐(황성훈)이, 정글에서는 꾸준한 활약을 펼친 오너(문현준)과 폼이 오른 표식(홍창현)이 맞붙는다.
하지만 두 팀 간 대결의 무게 추는 바텀 라인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T1과 DRX가 결승까지 진출하는 과정에서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T1은 물오른 구마유시(이민형)와 케리아(류민석)의 '캐리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의 밴픽 구도를 선호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리그 LPL 징동 게이밍(JDG)과의 4강 경기였다. T1은 1세트 블루 사이드에서 나미를 1픽으로 뽑았다. 이후 이어진 2,3,4 세트에서도 모두 나미, 루시안, 바루스 등 바텀 챔피언들을 먼저 가져왔다. 밴픽 카드를 몰아주면서 바텀 라인전을 강하게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구마유시와 케리아는 4세트 내내 영향력을 펼치며 이 같은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반면 DRX는 8강 LPL 에드워드 게이밍(EDG)과의 경기에서 상대 바텀의 영향력을 지우는 '안티 캐리'에 중점을 둔 밴픽을 선보였다. 하이머딩거, 애쉬 등을 서포터로 기용하면서 라인전에 올인해 상대의 성장을 억제했다. DRX의 서포터 베릴(조건희)은 젠지 e스포츠와의 4강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 롤드컵 메타는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바텀은 캐리나 안티 캐리 모두 가능하고 여러 가지 조합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T1과 DRX 간 대결에서 특히 서포터 선수들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DRX의 서포터 베릴은 2020년 담원 기아 소속으로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2021년과 올해 3번 연속으로 롤드컵 결승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게임에 대한 남다른 이해 수준을 자랑하는 플레이로 '롤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T1 서포커 케리아 역시 만만치 않다. 2020 시즌 DRX에서 데뷔해 서포터답지 않은 피지컬을 자랑하며 '역천괴'(역대급 천재 괴물)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1년 T1으로 이적한 후 롤드컵 4강에 올랐고 2022년 올해 LCK 스프링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롤드컵 결승에서 승리하면 커리어 첫 국제 대회 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케리아와 베릴은 모두 데프트와 함께 바텀 듀오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DRX에서 함께 활동했던 케리아가 데프트의 약점을 뚫어낼지, 아니면 롤도사라고 불리는 베릴의 도술이 역천괴마저 홀려낼지에 따라 승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