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20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경기침체가 2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운드화 매도세가 커졌다.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3일 오후 1시20분(런던 현지시간) 파운드화 가치는 1.1162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2% 하락했다. 지난달 14일 이후 20일 만에 최저 수준이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내놓은 감세안의 여파로 지난 9월 말 1.0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파운드화 가치는 리시 수낵 총리 집권 후 지난달 말 1.16달러대까지 올랐지만 이날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BOE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한 언급이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날 BOE는 영국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3%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1989년 112.5bp를 인상한 이후 33년 만에 최대폭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다만 이번 자이언트스텝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만한 일은 아니었다. 25~50bp 인상을 예상하는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BOE가 75bp를 인상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 추이. 자료=CNBC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 추이. 자료=CNBC
시장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BOE가 내놓은 경기침체 전망이었다. BOE는 지난 3분기 시작된 영국 경기침체가 2024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착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실질 소득 부문에서 발생한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경기침체는 1970년대보다 더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BOE는 실업률이 현재 3.5% 수준에서 2025년 말 6.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BOE는 금리 인상 추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베일리 총재는 "기준금리가 시장이 기대하는 것 만큼 급격하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미래 금리에 대해 약속할 수 없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기준금리는 금융시장이 현재 책정한 수준보다는 덜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내년 2분기에 연 5.25%까지 오를 것이란 가정 하에 금리 추이를 예상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