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오는 17일 치러지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위기도 1교시 국어가 좌우할까요? 최근 몇 년간 ‘불수능’을 주도했던 국어가 이번 수능에서 어떻게 출제될지에 50만 수험생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핵심 포인트는 작년처럼 국어 비문학 영역에 1500자에 달하는 긴 경제 지문이 나올지 여부입니다. ‘작년에 나왔으니 올해는 안 나오겠지’라며 방심했다가 큰코다칠 수도 있는 거죠.

경제 이슈와 연계한 문제는 2020학년도와 2022학년도에 각각 출제됐습니다. 2020학년도 경제 지문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다뤘습니다. 37~42번 문제였죠. 수험생들은 생소한 경제 용어와 문장, 문맥에 당황했습니다. 비문학 지문은 수험생에게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지만,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와 문장을 만나면 머릿속이 하얘질 수밖에 없죠. 2022학년도 수능 국어는 ‘기축통화·트리핀 딜레마·브레턴우즈체제’를 제시문으로 냈고 거기에 10~13번 4문제를 걸었습니다. 국어가 ‘불수능’ 만들기에 기여(?)한 겁니다.

생글생글은 경제 지문이 2년 주기를 깨고 또 출제될 수도 있다고 보고 올해 국내외에서 발생한 핵심 경제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경제 지문이 출제용으로 좋은 이유는 명백합니다. 수험생의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을 쉽게 검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과 현상을 연결 지어 생각하고 이해하는지를 변별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생글생글, 꼭 봐야겠죠?

인플레이션 원인이 아닌 것은?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대책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제·금융] - 2022학년도 수능 국어 경제지문

기축 통화는 국제 거래에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고 환율 결정에 기준이 되는 통화이다. 1960년 트리핀 교수는 브레턴우즈 체제에서의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한 국가의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간 차이인 경상 수지는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 적자이고,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흑자이다. 그는 “미국이 경상 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아 국제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적자 상태가 지속돼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준비 자산으로서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 환율 제도도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트리핀 딜레마는 국제 유동성 확보와 달러화의 신뢰도 간의 문제이다. 국제 유동성이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통용력을 갖는 지불 수단을 말하는데, 금 본위 체제에서는 금이 국제 유동성의 역할을 했으며, 각 국가의 통화 가치는 정해진 양의 금의 가치에 고정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통화의 교환 비율인 환율은 자동적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국제 유동성으로 달러화가 추가되어 ‘금 환 본위제’가 되었다. 1944년에 성립된 이 체제는 미국의 중앙은행에 ‘금 태환 조항’에 따라 금 1온스와 35달러를 언제나 맞교환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했다. 다른 국가들은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가치를 고정했고, 달러화로만 금을 매입할 수 있었다. 환율은 경상 수지의 구조적 불균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1% 내에서의 변동만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기축 통화인 달러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 간 환율인 교차 환율은 자동적으로 결정되었다.(하략)
① 인플레이션: 올해 국내외적으로 가장 컸던 경제 이슈가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국어 비문학 영역에서 이것이 출제된다면 인플레이션의 원인, 현상, 대책을 담은 제시문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를 연결하는 문제도 나올 수 있어요. 프리드먼은 정부가 돈을 많이 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보고 통화량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경기인데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연계해 나올 수 있습니다.

② 중앙은행 역할: 각국에는 중앙은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은행이 있죠. 중앙은행의 제1 목표는 물가 안정입니다.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현상이 바로 위에서 말한 인플레이션이죠. 중앙은행과 정부가 어떤 정책 수단을 써서 물가를 안정시키려 하는지를 열거하고, 이 중 중앙은행 역할과 거리가 먼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나올 수 있어요. 중앙은행과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이 따로 있거든요. 중앙은행은 통화량 조절, 금리 조절을 주로 하고, 정부는 지출을 조절하는 재정정책을 씁니다.

③ 금리: 중앙은행 이슈와 연계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지금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들의 반응이 엇갈립니다. 빚을 많이 낸 사람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내야 하므로 부담을 느낍니다. 기업들은 자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자)을 더 내야 해서 싫어합니다. 미국이 우리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올리면서 나타나는 금리 격차도 핵심 포인트입니다. 현재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더 높아요. 이렇게 되면 한국에 있는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등 후유증이 생기죠. 이런 흐름을 이해하는 문제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④ 환율: 환율은 ①~③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이슈입니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치솟으면서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원화 환율이 변동할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긴 제시문이 출제되면 수험생들은 당황할 수 있어요. 환율이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좋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정부가 걷어 들인 세금(세수)보다 더 많이 지출(세출)하면 적자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재정적자라고 합니다. 정부가 세수보다 더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면 부채가 늘어납니다. 부모님이 돈을 빌려 쓰면 빚이 늘어나고, 이것을 나중에 여러분이 갚아야 할지도 모르죠.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발생하는 원인과 결과를 짝지은 문제가 나올 수도 있지요.

NIE포인트

1.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을 꼽아보자.

2.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에 대해 조사해보자.

3. 중앙은행이 왜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지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분업의 관계는?
자원이기주의와 보호무역 공통점은?

[커버스토리] 수능 1교시 국어에 경제지문 또 나올까?
[국제·기업] - 2020학년도 수능 국어 경제지문

국제법에서 일반적으로 조약은 국가나 국제기구들이 그들 사이에 지켜야 할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여 창출하는 규범이며, 국제 관습법은 조약 체결과 관계없이 국제 사회 일반이 받아들여 지키고 있는 보편적인 규범이다. 반면에 경제 관련 국제기구에서 어떤 결정을 하였을 경우, 이 결정 사항 자체는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국제결제은행 산하의 바젤위원회가 결정한 BIS 비율 규제와 같은 것들이 비회원의 국가에서도 엄격히 준수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처럼 일종의 규범적 성격이 나타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이는 위반에 대한 제재를 통해 국제법의 효력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일반적 경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곧 신뢰가 형성하는 구속력에 주목하는 것이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기자본 비율을 설정하여 궁극적으로 예금자와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바젤위원회에서 도입한 것이다. 바젤위원회에서는 BIS 비율이 적어도 규제 비율인 8%는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자기자본은 은행의 기본자본, 보완자본 및 단기후순위 채무의 합으로, 위험가중자산은 보유 자산에 각 자산의 신용 위험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곱한 값들의 합으로 구하였다. 위험 가중치는 자산 유형별 신용 위험을 반영하는 것인데, OECD 국가의 국채는 0%, 회사채는 100%가 획일적으로 부여되었다. 이후 금융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 위험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자, 바젤위원회는 위험가중자산을 신용 위험에 따른 부분과 시장 위험에 따른 부분의 합으로 새로 정의하여 BIS 비율을 산출하도록 하였다. (하략)
① 글로벌 공급망 이슈: 지구촌 나라들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한 나라가 모든 것을 만들어 쓰지 않아요. 한국은 반도체를 잘 만들고, 독일은 반도체 제조 기계를 잘 만들고,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많이 생산하고, 우크라이나는 식량을 잘 생산해요. 국제 분업이죠. 공급망은 평화로울 때 잘 작동하지만, 전쟁과 전염병이 발생하면 정지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는 가스와 식량 가격을 올렸고 반도체 등 수많은 생산요소의 공급망을 망가뜨렸습니다. 영어 지문이라면 ‘I, Pencil(저는 연필입니다)’이라는 글이 연계돼 출제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연필이 어떻게 국제 공급망(흑연-스리랑카, 연철-칠레, 나무-미국, 고무-인도네시아) 속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잘 보여주죠.

② 자원 이기주의: 최근 국제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자원 이기주의입니다. 자원 무기화이기도 하죠.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하면서 가스관을 잠그자 독일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가 에너지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때 반도체 등 전자제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리튬 같은 자원이 볼모가 되면 전기차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답니다.

③ 보호무역주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자유무역 속에서 국부를 키워나갔습니다. 미국이 큰집이자 경찰 역할을 하고 나머지 국가들이 그 속에서 무역(수출+수입)을 했죠. 자유무역은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른 것으로, 각국이 서로 자유롭게 교환하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자국 위주로 경제를 운영하려는 기류가 적잖게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심해지자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것을 호소해 표를 많이 얻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는 이웃 국가를 가난하게(궁핍화) 할 수도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원인과 결과를 잘 이해해야 대처할 수 있습니다.

④ 로봇과 인공지능(AI):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세상을 소설과 연계해 출제할 수도 있습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진화가 기업, 산업, 삶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조명한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아이, 로봇(I, ROBOT)> 같은 작품의 한 대목이 관련 제시문과 묶여서 나올 수도 있겠죠.

⑤ 반도체 전쟁: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사이에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미국 땅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라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미국이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동맹을 구축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NIE포인트

1. ‘I, Pencil’이라는 글을 검색해 번역해보자.

2.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3. 반도체 공급망을 동맹으로 묶는 ‘칩4’에 대해 알아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