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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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 의원 7명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동남아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박대출 위원장과 여야 간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 등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장길에 올랐다가 지난 30일 귀국했다. 당초 지난 2일까지 8일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가 터지면서 급거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 이유는 해당 국가에서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집행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 지점 등을 방문한다는 명분이었다.

○왜 문제가 되나

지난 9월 1일 정기국회가 열리고 두달이 넘도록 기재위는 법안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들이 9월 중에 관련 소위 구성을 마무리 지은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소위를 구성하지 못하면서 다음주부터 본격화되는 법안 심의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상임위가 해야 할 최소한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가운데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출장길에 오른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원들이 출장길에 오른 시점은 지난달 24일 종합감사를 마지막으로 기재위 국정감사가 끝난지 이틀만이다. EDCF가 시급한 현안이 아닌데도 의원들은 외유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동남아 출장에 나섰다.

○기재위측 반응은

박대출 위원장은 해당 사실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추도 기간인만큼 다른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위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소위 구성 협상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하게 출장을 잡은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8일간 해외에서 공동 일정을 수행하며 타협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소위가 구성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조세소위에는 윤석열 정부의 굵직한 감세법안들이 올라와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조세소위 위원장을 2년간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며, 민주당은 1년씩 양당이 번갈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기자의 생각

박대출 위원장의 고민이 이해가는 부분이 있지만,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재위 주요 의원들이 해외 출장까지 떠났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갈수록 타협 기능을 상실해 가는 한국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