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값 믿기지 않을 지경"…LCC 긴장하게 만든 '이 항공사' [최지희의 셀프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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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LCC인데 서비스·시설은 대한항공급"
입소문 탄 '신생 항공사'
입소문 탄 '신생 항공사'
[최지희의 셀프 체크인]은 한국경제신문 여행·레저기자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소개합니다. 미처 몰랐던 가까운 골목의 매력부터, 먼 곳의 새로운 사실까지 파헤쳐봅니다. 매주 새로운 테마로 '랜선 여행'을 즐겨보세요."소문대로 좌석이 비즈니스급으로 넓어요. 100만원도 안 되는 비행기값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입자만 50만 명에 달하는 한 여행전문 카페에 올라온 글. 아래 100개가 넘어가는 댓글에는 모두 '나도 예약했다' 혹은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내용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것은 모두 지난해 취항을 시작한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이야기입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달 29일부터 LA행 노선을 신규 취항했습니다. 기존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도전하지 못했던 '초장거리 노선'에 뛰어든 겁니다. 싱가포르 노선을 시작으로 여객기 사업을 시작한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10월 6일엔 베트남 호치민으로 승객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 사업의 포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업계서 에어프레미아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에어프레미아의 싱가포르행은 전체 취항편 좌석의 75%가 꽉꽉 채워졌습니다. 이는 다른 항공사의 동일 노선 비행편보다 평균 2배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 기세에 힘입어 새 비행기를 계속 사들이고 취항지를 넓히는 등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항공사' 시대 열렸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공항을 허브로 하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항공사'입니다. LCC면 LCC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도대체 하이브리드 항공사는 뭐야?라고 물음표를 띄우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하이브리드 항공사란, 쉽게 말하면 제주항공, 진에어 등의 LCC와 대한항공 등으로 대표되는 FSC의 중간 등급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대한항공보다는 훨씬 싼 가격에 LCC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죠. 세계적으로 보면 일본의 항공사 집에어가 하이브리드 항공사 형태로 운항하고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LCC와 동일하게 비즈니스석 없이 이코노미석만 운영합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추가 등급을 만들어 기존 FSC항공의 비즈니스석과 동일한 좌석 규모와 간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사이의 가격 차이는 30만원선입니다.
그 말은 즉슨, 이코노미 가격에서 조금만 더 지불하면 비즈니스에 준하는 비행 경험을 할 수 있단 겁니다. 이 사실 때문에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가격은 LCC인데, 시설과 서비스는 전부 대한항공 수준이다"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이용한 고객의 항공권 재구매 비율도 50%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그럼 어떻게 에어프레미아는 다른 LCC들이 도전하지 못했던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걸까요? 이들이 미국 노선을 취항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종의 차별화 때문입니다. 기존 LCC항공사의 기종과 달리 이들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 비행기를 사들였죠.
가장 최신식 비행기로, 대형 항공사들이 쓰는 기종입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내로 비행기 2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미 계약도 마쳤습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 운항 가능한 비행기는 총 5대로 늘어납니다. 실제 비행기를 타 본 고객들은 말 그대로 칭찬일색입니다. 가장 첫번째 장점은 넓은 좌석입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신식 비행기를 들인 만큼 LCC여행의 최대 단점인 좁은 좌석을 보완했습니다. 좌석 간격은 최대 42인치로, 이는 대한항공 등의 대형 비행기 수준입니다.
두번째는 무료 부가서비스입니다. LCC를 이용해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기내식, 우선 수화물 등 모두 미리 선구매해야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대가 잘못 걸리면 쫄쫄 굶은 채로 비행기에서의 시간을 보내야 하죠. 기내식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비행기에서 파는 작은 컵라면과 과자들이 전부입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선구매 의무 없이 승객들에게 기내식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같은 노선을 이용한다면 고객들은 에어프레미아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 프리미어 이코노미 승객들에게는 우선 수화물 서비스도 별도 결제 없이 제공합니다. 대기시간 없이 먼저 수화물을 보내고 빨리 받아볼 수 있는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좌석에 대형 항공사처럼 기내 엔터테인먼트까지 설치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4시간 이상 비행을 나서는 고객들에게 이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유무는 비행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실제 중거리 비행을 경험해 보면, 할 것 없고 볼 것 없는 것는데다 잠도 안 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승객들은 비행시간을 보다 더 즐겁게 보낼 수 있고, 이는 전체적인 항공사 만족도에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여행사는 '환영' vs 항공사들은 '긴장'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들은 이 신생 여행사의 등장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장거리 비행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여행사의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비싸서 주저하거나 못 가던 장거리여행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각종 여행사의 관계자들은 "에어프레미아가 LA행 취항을 발표하자마자 예약문의가 쇄도하는 중"이라며 "여행 다녀온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을 타고 다른 노선을 재구매하는 비율도 높다"고 말합니다. 반면 기존 저비용항공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LCC 항공사들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LCC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은 하이브리드 항공사가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까닭입니다. 게다가 비행기값도 LCC들과 큰 차이도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또, 기존 추가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었던 기내식 등의 객실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고객들의 눈이 높아질 것이 걱정이라는 반응입니다.
이를 본 고객들은 LCC 항공사가 '저비용'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기본적인 수준의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이 항공시장 서비스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고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신기재 도입과 중장거리 네트워크 구축에 따라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매출 목표치는 내년 3740억원, 2024년 5440억원, 2025년 7140억원, 5년 후인 2026년엔 8,600억원입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