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정치색 좌파서 '극우'로?…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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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수로 본 머스크의 정치 성향
머스크 "트위터, 자유로운 디지털 광장으로"
트럼프 등 우파 "제정신인 사람이 주인 됐다"
좌파 "가짜뉴스·혐오발언 넘쳐날 수도" 우려
테슬라 사업 초기엔 민주당과 친했던 머스크
코로나사태 이후 바이든과 각 세우고 右클릭
머스크 "난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온건파"
머스크 "트위터, 자유로운 디지털 광장으로"
트럼프 등 우파 "제정신인 사람이 주인 됐다"
좌파 "가짜뉴스·혐오발언 넘쳐날 수도" 우려
테슬라 사업 초기엔 민주당과 친했던 머스크
코로나사태 이후 바이든과 각 세우고 右클릭
머스크 "난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온건파"
“새가 풀려났다”(The bird is freed)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 로비.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남성이 걸어들어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소년처럼 환하게 웃는 그의 품엔 커다란 화장실 세면대가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 같은 짤막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덧붙였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여요(Let that sink in)”
트위터 장악한 머스크, 속전속결 행보
지난한 6개월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머스크는 원래 합의했던 440억달러(약 62조원)에 트위터 인수를 완료했습니다. 그동안 머스크는 몇 차례 인수 의사를 번복했고 법정 소송까지 들어갔습니다. 테슬라 주주들에겐 머스크가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대량의 자사주를 팔지 않을지 불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자금 출처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트위터발(發) 오버행(잠재적 대기 매도물량) 이슈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입니다.자칭 트위터의 ‘멍청이 대장(Chief Twit)’ 머스크의 첫 행보는 해고였습니다. 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법률책임자(CLO) 등 기존 경영진을 축출했습니다. 이사회 멤버 9명 역시 전원 해고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 머스크가 트위터 전체 직원의 50%(3700명)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엔지니어 50명을 투입해 트위터의 기술적 현황을 파악 중입니다. 트위터를 단기간에 ‘머스크 회사’로 탈바꿈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이 회사는 오는 8일 비상장회사로 전환됩니다.
정치 논란에 휘말린 트위터 인수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인수한 걸까요. 그는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인수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문명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신념을 논의할 수 있는 디지털 광장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증오를 부르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입니다.문제는 이 같은 머스크의 소신이 정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머스크의 과거 트윗을 살펴보면 그는 현재의 트위터가 좌편향 되어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트위터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한 바 있습니다. 그의 지지자들이 연방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 이후 폭력을 선동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도덕적으로 잘못됐고 완전히 바보 같았다”며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퇴출당하기 전 팔로어는 9000만명에 육박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미국 좌우 진영은 정반대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공화당과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트위터가 정치적으로 좌편향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제 극좌 미치광이가 아닌 제정신인 사람이 트위터를 소유하게 됐다”며 즉각 환영했습니다. 마샤 블랙번 테네시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머스크는 빅테크의 검열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했다”고 옹호했습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머스크로 인해 트위터에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성 권리 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트위터는 폭력적 극우세력에 대한 금지 조치를 계속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앤디 레빈 민주당 하원의원은 머스크의 트위터 경영진 해고에 “유혈 사태가 시작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좌파’에서 ‘텍사스 우파’로
진보 세력의 우려대로 머스크의 정치 성향은 극우적일까요? 과거 그는 특정 정치 성향보다 자유분방한 ‘괴짜 사업가’ 이미지가 더 컸습니다. 오히려 테슬라 사업 초기엔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전기차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입니다.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일부 보수 언론에선 전기차를 ‘오바마 자동차’라고 부르기까지 했습니다(찰스 모리스 《테슬라모터스》). 깐깐한 자동차 공해 규제를 한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를 두고 “좌파 환경단체가 장악했다”는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민주당의 ‘표밭’입니다. 이곳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민주당과 친분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때 테슬라의 주 수입원이 ‘탄소 규제 크레딧’이었음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스페이스X에서 정부와 군 고위직을 상대로 대관 업무를 성공리에 수행한 그윈 숏웰이 2008년부터 사장직을 맡은 이유입니다. 당시 머스크는 정부 측 인사를 왜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머스크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정부 규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주 봉쇄령에 반발, 지난해 테슬라 본사를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팔로알토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깁니다(세금을 깎아준 게 더 큰 이유이긴 합니다). 텍사스주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공화당의 ‘선거 텃밭’이기도 합니다. 스페이스X 로켓 발사장 등도 텍사스 보카치카에 있습니다.
머스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번번이 충돌했습니다. 노조 문제 때문입니다. 테슬라엔 노조가 없습니다. 머스크는 지난해 바이든이 노조가 있는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고 언급하자 여러 차례 불만을 터뜨립니다. 급기야 지난 5월엔 “과거 민주당은 대체로 친절함을 가진 정당이었기 때문에 투표했다. 그러나 현재는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됐다. 더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탄 트윗을 날렸습니다.
머스크의 진심은
머스크는 그러나 정치인도 사회운동가도 아닌 사업가입니다. 그가 지지한 정치세력이 바뀐 것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노조 문제 및 사업 유불리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내 진보 세력을 배척한 그가 중국 공산당에 드러낸 애정을 보면 철저히 계산된 행보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자신을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온건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머스크가 목표로 제시한 ‘더 자유로운’ 트위터 역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려는 의도인 듯합니다. 그는 지난달 “트위터 인수는 슈퍼 앱 ‘X’를 만들어내는 촉진제”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이 앱이 SNS, 상품 결제, 원격 차량 호출, 음식 배달 등 광범위한 기능을 통합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호사가들은 머스크가 미국 ‘보수정치의 새 아이콘’으로 부상해 정계에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오는 8일이면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니 그런 말들이 나올 만도 합니다. 머스크 역시 이런 지적이 부담이었는지, 지난 2일 “트위터 규칙 위반으로 퇴출당한 사람은 명확한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복귀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게재했습니다. 사실상 중간선거 전 트럼프 복귀는 없다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사업에선 거침없는 이 혁신가는 트위터라는 ‘뜨거운 정치적 감자’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까요. 많은 이들이 우려와 기대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이유로 밝힌 다음과 같은 말이 진심이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트위터를 산 게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는 인류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