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거장 벨저-뫼스트 지휘로
브람스 '비극적 서곡'과 교향곡 3번
빈필 고유의 음색과 앙상블로 들려줘
R.슈트라우스 교향시 '자라투스라는…'
하나된 앙상블로 다채로운 음향 선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 연주에서는 ‘30년차 호른 수석’ 롤란트 야네직이 부른 ‘빈 호른’의 음색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밤과 묵직하고 호젓하게 흐르는 빈 호른의 3악장 주제 선율이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1부 커튼콜에서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다른 연주자들과는 달리 두 손으로 야네직을 일으켜 세운 것은 베테랑에 대한 대우이자 훌륭한 연주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2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 둘째 날 공연 현장입니다.

이번 빈필의 양일 프로그램을 연속선상으로 펼쳐보면 이렇습니다. <바그너의 ‘파르지팔’ 전주곡·리하르트(R.)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교향곡 3번-R.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되는데 유기적인 구성이란 생각이 듭니다. 처음과 끝에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배치하고 사이에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는 교향곡 두 편을 넣었습니다. 음악 형식에 비한다면 ‘A-B-B'-A'’정도가 될 듯합니다.
각 공연의 첫 곡은 이후 연주될 1부 메인곡과 어울리는 곡으로 정했습니다. 전날에 ‘파르지팔’ 전주곡이 ‘죽음과 변용’과 한 곡처럼 연주됐고, 이날엔 브람스의 잘 알려진 두 서곡 중 전체적인 분위기나 템포, 악기 편성 면에서 교향곡 3번과 비슷한 ‘비극적 서곡’이 앞서 연주됐습니다.

이날 1부의 목관 수석진은 전날 2부에서 드보르자크 8번을 연주한 ‘젊은 피’들입니다. ‘다니엘 오텐잠머(클라리넷·36)-세바스찬 브라이트(오보에·24)-뤽 망홀츠(플루트·27)-루카스 슈미트(바순·27)’ 입니다. 이들이 연주하는 목관의 음색과 이들의 앙상블은 실연으로 들었던 다른 교향곡 3번과는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오보에와 바순이 풍성하게 울리지 않고 보다 강건한 소리를 냈다면, 클라리넷은 보다 깊으면서도 뭉근했습니다. 이들은 독주 파트가 많은 2악장을 비롯해 전체적인 오케스트라 앙상블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연주를 들려줬습니다. ‘비극적 서곡’에서 다소 맞지 않았던 현악 파트가 한결같은 앙상블로 관악과 조화를 이뤘습니다.

벨저-뫼스트와 빈필은 2부에서 전날처럼 기어를 바꿔 달았습니다. 이번엔 전날 1부에서 ‘죽음과 변용’을 연주했던 원래 기어로 말이죠. 목관 수석진에 붙박이인 오텐잠머만 빼고 카를아인즈 쉬츠(플루트·47), 하랄트 뮐러(바순·57) 등 고참들이 자리했습니다. 숫자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4관 편성인 R. 슈트라우스의 대작 교향시 연주를 위해 이번에 내한한 빈필 연주자 95명 전원이 무대에 오른 듯했습니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동명 철학서 중 10개의 장면을 작곡가가 임의로 골라 ‘태초부터 진화하는 인간의 발전 단계를 나름대로 구성한 후 음악으로 묘사한 곡입니다. 빈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향(交響)’능력으로 그야말로 다채롭고 현란하고 웅장한 R. 슈트라우스의 관현악 세계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전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악 파트의 잔 실수가 많이 나왔지만 대세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여러 장면에서 탁월한 앙상블을 들려줬습니다. 악장 알레나 다나일로바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표현력으로 독주 파트를 소화했고, 전날 ‘죽음과 변용’ 연주 때처럼 바이올린과 바순, 바이올린과 잉글리시 호른의 이중주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