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이 자본금을 20% 이상 증액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여파로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HSBC 서울지점, 자본금 22% 늘린 까닭은…
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HSBC 서울지점은 지난달 31일 갑기금(외국계 은행이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자본금)을 1419억원 증액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자본금은 종전 6170억원에서 22% 늘어난 7589억원이 됐다. HSBC 측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과소 자본한도 및 신용공여(대출) 한도에 따른 영업 장애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6월 말 기준 HSBC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8.37%로 전년 동기(29.02%)보다 10.65%포인트 급감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액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분모의 위험가중자산이 많이 늘면 BIS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HSBC의 위험가중자산은 8조6628억원에서 13조5602억원으로 56.5% 급증했다.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한 것은 금리·환율 등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데 활용되는 외화파생상품 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HSBC 서울지점의 파생금융상품 자산은 5조5274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8521억원) 대비 약 3배로 증가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달러 파생상품을 늘린 모든 외국계 은행의 BIS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SBC처럼 자본 확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9월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도 BIS 자기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자본금을 18.2%(1958억원→2315억원) 늘렸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