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고서엔 "금투세 기본공제 5000만원 높다…더 낮추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개인투자자 반대에도…내년 1월 시행 밀어붙이는 巨野
"다른 자산과 비교해 지나친 혜택
英 1950만원, 獨 107만원만 공제"
개미들 "올해 피눈물 흘렸는데
내년 돈 벌면 양도세 내야 하다니"
전산 개발 나선 증권사 '멘붕'
"시스템 구축에만 100억 드는데
정부·국회 중 누구 말 들어야 하나"
"다른 자산과 비교해 지나친 혜택
英 1950만원, 獨 107만원만 공제"
개미들 "올해 피눈물 흘렸는데
내년 돈 벌면 양도세 내야 하다니"
전산 개발 나선 증권사 '멘붕'
"시스템 구축에만 100억 드는데
정부·국회 중 누구 말 들어야 하나"
지난달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유예해 달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2주 만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청원은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정식 회부됐다. 올해 큰 폭의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내년 시장 상황이 좋아져 수익을 올리더라도 상당액을 세금으로 내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내년 1월 금투세 시행 강행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보완 방안을 담은 법 개정안을 준비하게 된 이유다.
2022년 투자손실액까지 합쳐서 계산하게 되면 부과 세액이 줄어들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투자자가 올해 1000만원 이상 손실을 봤다면 2년간 투자수익이 5000만원 이하로 줄어들어 금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금투세 최초 징수 시점을 내년 6월에서 12월로 미루는 것은 증권사 등 금융사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내년 금투세 도입에 맞춰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던 증권사들은 올 6월 정부가 제도 도입 2년 유예를 선언하면서 관련 준비를 멈췄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시 내년 1월 시행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제도 도입 2개월을 남기고 관련 준비를 마쳐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원천징수 기간을 ‘반기’에서 ‘1년’으로 늘려 혼란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1년에 두 번 나눠 내는 것을 연말에 한번 몰아서 내는 것으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징수 시점이 6개월 뒤로 미뤄지고, 증권사와 과세당국도 주어진 기한 안에 관련 시스템 개발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단 관련 제도가 도입되면 과세기준은 낮아지고 세율은 높아져 투자자의 세 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거대 야당 사이에서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는 “(금투세를) 2025년부터 도입한다는 세종시발(發) 뉴스가 맞느냐,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국회발 뉴스가 맞느냐”는 증권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부랴부랴 관련 전산 개발을 재개한 증권사들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실무지침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금투세 2년 유예가 정부 공식 입장인 만큼 실무지침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에만 100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인데, 수십억원을 들여 회계법인 컨설팅을 해도 정부 답변 없이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세부 내용을 유추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안대로 올해 손실까지 합산해 세액을 산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시스템이 내년부터 구축되는 상황에서 올해 개인투자자의 투자 내역을 국세청에 증빙하는 별도 과정이 필요하다”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노경목 기자 yeon@hankyung.com
보완 입법 내놓는 이유는
민주당 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전년까지 2년을 통산해 시행 첫해 투자손익을 산출하겠다는 것이다. 금투세가 내년 1월 시행된다면 2023년 한 해 주식 투자로 6000만원의 수익을 실현한 투자자는 22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투세 과세기준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1000만원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2022년 투자손실액까지 합쳐서 계산하게 되면 부과 세액이 줄어들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투자자가 올해 1000만원 이상 손실을 봤다면 2년간 투자수익이 5000만원 이하로 줄어들어 금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금투세 최초 징수 시점을 내년 6월에서 12월로 미루는 것은 증권사 등 금융사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내년 금투세 도입에 맞춰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던 증권사들은 올 6월 정부가 제도 도입 2년 유예를 선언하면서 관련 준비를 멈췄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시 내년 1월 시행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제도 도입 2개월을 남기고 관련 준비를 마쳐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원천징수 기간을 ‘반기’에서 ‘1년’으로 늘려 혼란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1년에 두 번 나눠 내는 것을 연말에 한번 몰아서 내는 것으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징수 시점이 6개월 뒤로 미뤄지고, 증권사와 과세당국도 주어진 기한 안에 관련 시스템 개발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 일각, “과세기준도 낮춰야”
민주당 일각에서는 금투세 과세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는 “5000만원 기본공제가 해외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과 비교해 지나친 혜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법 시행 이후 기본공제액 조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투세 부과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시행 이후 차츰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자료에 “영국은 1만2300파운드(약 1950만원), 독일은 801유로(약 107만원)를 기본공제로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민주당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단 관련 제도가 도입되면 과세기준은 낮아지고 세율은 높아져 투자자의 세 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부·야당 사이에서 투자자 혼란
민주당이 자체 법 개정안을 내면서 금투세 시행을 2년 미루려던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법안을 심의해야 할 기재위 조세소위원회가 구성도 되지 않으면서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안과 민주당 안이 표 대결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회 300석 중 민주당 의석이 169석에 이르는 만큼 민주당 안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정부와 거대 야당 사이에서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는 “(금투세를) 2025년부터 도입한다는 세종시발(發) 뉴스가 맞느냐,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국회발 뉴스가 맞느냐”는 증권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부랴부랴 관련 전산 개발을 재개한 증권사들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실무지침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금투세 2년 유예가 정부 공식 입장인 만큼 실무지침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에만 100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인데, 수십억원을 들여 회계법인 컨설팅을 해도 정부 답변 없이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세부 내용을 유추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안대로 올해 손실까지 합산해 세액을 산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시스템이 내년부터 구축되는 상황에서 올해 개인투자자의 투자 내역을 국세청에 증빙하는 별도 과정이 필요하다”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노경목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