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가능성에 수요 증가가 예측됐고 주요 7개국(G7)이 다음달 초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안에 합의한 것이 영향을 줬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44달러(5.04%) 오른 배럴당 92.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7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지난 10월 3일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브렌트유도 크게 뛰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4.40달러(4.99%) 오른 배럴당 98.61달러를 기록했다.

6일 오후를 기준으로 WTI와 브렌트유는 전 장보다 약 2% 하락했지만 WTI는 90.69달러, 브렌트유는 96.89달러에 거래되며 배럴당 9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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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코로나19 규제 완화 기대가 국제 유가를 밀어올렸다. 그동안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은 원유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침에 변화가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조만간 입국자에 대한 격리 규정을 10일에서 7일이나 8일로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쩡광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도 "현재 상황이 변하고 있으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코로나19 검사 수를 줄이는 과정을 진행 중이며, 홍콩과 본토 간 국경은 내년 상반기나 혹은 그보다 일찍 개방되고, 본토와 다른 국가들과의 국경은 이후에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제로코로나를 바꾼다면 여행수요가 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를 상승시켰다는 평가다. 스티븐 이네스 SPI에셋매니지먼트 매니징파트너는 "유가가 해당 뉴스에 오르는 것은 중국이 내년 어느 시점에 경제 개방을 가속하면 원유 수요 반등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6일 중국 보건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질병예방국 측이 “방역 완화는 없다”고 선을 그은 점이 변수로 꼽힌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도 영향을 줬다. G7은 12월 5일부터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고정된 가격 상한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호주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다. 원유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산 원유를 선적할 때 상한선 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될 때만 해상 보험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달러 가치 하락도 유가를 끌어올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4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110.88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1.82% 하락했다. 석유는 통상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값이 떨어지면 달러 표시 원유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해 매력도를 높인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