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회복탄력성'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힘
기업가를 뜻하는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는 본래 16세기 프랑스에서 ‘군사 원정을 지휘하는 자’를 지칭하던 말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상황 속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과 혁신으로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오늘날 기업가의 사명과 일맥상통한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은 코로나19처럼 예측도 대응도 어려운 상황마저 빈번히 초래한다. 이러한 고도화된 불확실성의 시대에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중요성에 새삼 주목해본다.

경제·경영학은 물론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용돼온 회복탄력성은 역경을 맞았을 때 원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전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게 하는 도약의 능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체감한 경험으로, 1991년 4월 방글라데시 사이클론 재해 시,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의 치타공 공장 피해 및 복구 사례가 떠오른다.

14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이클론 및 해일의 여파로 회사 역시 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회사 소속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 공급할 제품 30만여 벌은 물론 신설 공장의 최신 설비까지 모두 해일로 인한 뻘물에 잠겼다. 납품 차질의 차원을 넘어 현지 철수까지 고려해야 할 힘든 상황이었으나, 생계유지의 절실함만큼이나 복구 의지로 충만한 현지 직원들의 애절한 눈빛을 보고 필자는 고심 끝에 사업장 유지와 재건을 결정했다. 거래처에는 도착 기준 1개월의 납품 연장을 요청하고, 전 직원들과 함께한 신속한 피해 복구 및 정상화 과정을 통해 새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했다. 이는 이듬해 해당 거래처로부터의 주문량 두 배 증가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신설 공장의 바닥 높이 자체를 1.4m로 올려 보강함으로써 사이클론과 해일로 인한 침수 피해에 대비하는 한편, 제품을 공장에서 트럭으로 바로 적재할 수 있도록 해 효율성까지 높였다. 마침 사이클론 피해로 타사의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 단기간에 많은 추가 인원의 고용이 가능해지면서 수년간 증설에 매진할 수 있었다. 당시 재건을 위한 여러 필사적 노력이 오늘날 글로벌 아웃도어·스포츠업계의 대표적 공급자로 성장한 기반이 됐다고 필자는 회고한다.

얼마 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비참한 사고와 관련해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고, 비통해할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 아울러 기성세대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불행한 일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각성은 물론 타인과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체득할 만한 유년기부터의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에도 주목해 본다. 각계각층으로부터의 생산적 총의 도출과 대동협력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이전보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회복’의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