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뉴플 보기’.

한 홀에서 규정 타수보다 9타를 더 쳤을 경우 쓰는 말인데 현실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이런 플레이를 하지 않고, 일반인들은 ‘양파(규정 타수의 2배를 치는 것)’에서 포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 대회에서 바로 이 ‘노뉴플 보기’를 범한 프로선수가 나왔다. 캐나다 선수 크리스 크리솔로고가 ‘비극의 주인공’이다. 크리솔로고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의 더 랜딩스 골프&애슬레틱 클럽 마시우드 코스(파71)에서 열린 콘페리 투어 Q스쿨 최종전 2라운드 13번홀(파4)에서 무려 13번 만에 홀아웃하며 3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Q스쿨은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의 내년 시즌 출전 자격을 가리는 대회다.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으며 호조를 보였지만 13번홀에서 티샷을 네 차례나 페널티 구역으로 보냈다. 4벌타를 받게 된 그는 다섯 번째 드라이버 샷이 아홉 번째 샷이 됐다. 드라이버 샷은 가까스로 페어웨이에 올렸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10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려 도합 11번 만에 온 그린에 성공했다. 이후 투 퍼트로 홀아웃했다.

골프에서 4오버파인 쿼드러플 보기를 넘기게 되면 프로선수도 어떻게 부르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5오버파부터 퀸튜플(+5), 섹스튜플(+6), 셉튜플(+7) 옥튜플(+8), 노뉴플(+9), 데큐플(+10) 보기로 부른다. 미국의 한 골프채널은 “프로선수도 라운드 내내 규정에 관한 문서를 갖고 다니는 게 흔하지 않다”며 “크리솔로고도 아마 사전을 찾아보고 (자신의 성적을 부르는 명칭을)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크리솔로고에게 2부 투어 입성의 희망은 있다. 아직 이틀의 대회가 남았기 때문이다. 크리솔로고는 이틀 합계 1오버파 143타로 공동 66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이틀간 공동 40위 이내로 진입할 경우 내년 콘페리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크리솔로고는 “아직 이틀이나 더 남아 있다는 게 행운과도 같다”며 “캐디가 ‘마지막 날이 아니라 오늘 이런 일을 겪어 다행’이라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크리솔로고와 함께 콘페리 투어 Q스쿨에 참가한 재미동포 김찬(일본 투어)은 이틀 합계 10언더파 132타로 1타 차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장타 1위 정찬민은 이틀 합계 4언더파 138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2023 콘페리 투어 풀시드를 주고 2~10위에겐 12개 대회, 11~40위에겐 8개 대회 출전을 보장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