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소비 감소도 직격탄
中 수출부진 수개월 이어질 듯
WSJ "中, 점진적 봉쇄해제 검토"
중국의 10월 수출이 2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방역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수출이 반등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지난 5일 초강력 방역 규제를 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경기 위축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진국 수출 급감
7일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3% 줄었다. 위안화 가치가 10월에도 2.6% 떨어졌지만 수출 감소세를 막진 못했다.중국의 수출은 코로나19 확산을 빠르게 저지한 2020년 하반기부터 호황을 이어왔다. 상하이 봉쇄가 있었던 지난 4월 3.9%로 주춤했다가 다시 두 자릿수로 복귀했다. 하지만 7월 18.0%에서 8월 7.1%, 9월 5.7% 등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연말 선진국 쇼핑 시즌을 앞두고 중국 수출이 둔화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의 1위 수출 대상이었던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0월 470억달러로 12.6% 급감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441억달러로 9% 감소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20.3% 늘어난 488억달러로 1위로 부상했다.
전자제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미국과 유럽에 직접 선적하는 게 중국의 주력 수출 모델이다. 의류, 완구 등 저가 제품은 원재료를 아세안에 수출하는 가공무역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대(對)미국·EU 수출이 줄고 아세안 수출이 늘었다는 건 주력 수출 모델이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제품별로도 최대 수출품인 PC 등 정보처리장치 수출이 16.6% 급감한 195억달러에 그쳤다. 가전제품이 -25%, TV·오디오가 -13.5%, 조명장치가 -15.7%의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의 전체 수입액이 0.7% 줄어든 가운데 미국산 수입은 1.5%, EU산 수입은 5.1% 감소했다. 반면 아세안은 수입도 4.6% 늘었다. 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7% 늘어난 133억달러, 한국에서의 수입은 13.9% 감소한 181억달러였다.
“연내 방역 완화 기대 힘들어”
중국의 수출 부진은 선진국의 긴축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내 공급망 손상이 중첩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원인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중국의 수출 부진도 수개월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방역 정책에서의 중대한 변화가 올해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날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6일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5496명으로 집계됐다. 상하이 봉쇄 당시인 5월 4일(5038명) 후 처음으로 5000명을 넘었다.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지역내총생산(GRDP) 1위인 광둥성에서 2106명이 발생했다. 1935명이 나온 광둥성 성도(省都) 광저우는 준봉쇄 상태로 전환했다. 제조업 허브인 광둥성의 물류 차질은 부품 공급에서 전국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4개월 만에 최대치인 59명이 추가됐다.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 종료를 검토한다는 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검토하고 있으나 진행 속도는 느리며 구체적인 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 보건당국이 한국과 일본, 홍콩의 리오프닝 사례를 검토했으며 점진적인 리오프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2분기 중 코로나19 규제 완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면 리오프닝 시 중국 증시는 20%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