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리포트-태웅로직스
[마켓PRO] "코로나 끝나도 호실적 유지" 탐방으로 본 태웅로직스의 자신감
지난 2일 서울 강남에 있는 태웅로직스 본사(사진)로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태웅로직스는 3자물류업체로 2019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입니다. 3자물류는 다른 회사의 물류 업무를 대신 해 주는 일을 뜻하는데요, 태웅로직스는 주로 석유화학 업체로부터 물류 업무를 위탁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태웅로직스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의 수혜를 입고 주가가 1년 새 4배가 올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턴 공급망 병목 현상이 풀리면서 실적도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돼 주가가 급락했다가 10월 초부턴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3.4배에 불과해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대두됐기 때문입니다. 한경 마켓PRO와 태웅로직스 본사를 둘러보시죠. 기사 말미엔 한재동 대표와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 나눈 인터뷰도 있습니다.

○층당 60평짜리 본사엔 300명 근무 중

[마켓PRO] "코로나 끝나도 호실적 유지" 탐방으로 본 태웅로직스의 자신감
태웅로직스는 서울 역삼역 근처 9층짜리 작은 빌딩을 통째로 쓰고 있습니다. 계단은 성인 두 사람이 서 있으면 꽉 찰 정도로 비좁아서, 한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려면 다른 한 사람이 멈춰서 자리를 내 줘야만 합니다. 한 층 당 60평짜리 건물이었는데 한 해 매출이 약 1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본사라기엔 소박한 규모로 보였습니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스타트업 조차 강남 어드메의 전경 좋은 건물을 임차해 멋드러지게 인테리어 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었던 기자로서는 퍽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태웅로직스 본사에서는 한재동 대표를 포함해 3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마켓PRO] "코로나 끝나도 호실적 유지" 탐방으로 본 태웅로직스의 자신감
태웅로직스는 한재동 대표가 대기업에서 독립해 1996년 세운 기업입니다. 아무래도 오너 기업이다 보니 사옥 곳곳에도 오너의 취향이 묻어있었습니다. 지하 1층엔 사내 카페와 회의실이 있었는데, 한 켠엔 피아노와 악보 보면대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한재동 대표는 CEO 합창단에 단원으로 있을 정도로 합창이 취미라고 합니다. 올해 연말엔 전직원이 참여하는 송년회가 예정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도 한재동 대표와 친분이 있는 합창단 단원들이 와서 공연을 해준다고 합니다. 송년회는 해외 지사에 파견돼 있는 직원들도 귀국해 참가하기 때문에 서울 모 처의 큰 웨딩홀을 하루 빌린다고 합니다.
지하 1층 사내카페의 모습
지하 1층 사내카페의 모습
태웅로직스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사내대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한재동 대표는 때마다 제철과일을 직원들에게 사서 들려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창업 당시부터 함께한 직원 한 명이 아직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고, 초창기에 입사한 직원들도 다수 남아있다고 합니다. 한재동 대표는 "3자물류 회사는 보통 사장의 능력이 탁월해서 그 사람 위주로 운영이 된다"며 "우리 회사는 3자물류 회사 중 유일하게 직원들이 만들어 가는 회사"라고 직원들의 노고를 치켜올렸습니다.

○한재동 대표 "실적, 코로나 이전으론 안 돌아간다"

시장이 궁금한 점은 태웅로직스의 실적이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태웅로직스의 실적이 수직상승한 만큼, 코로나 수혜가 가시고 나면 다시 실적이 이전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태웅로직스의 매출은 2019년 2861억원에서, 2020년 3413억원, 2021년 9390억원으로 급팽창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50억원→2020년 147억원→2021년 79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의 태웅로직스 본사에서 한경 마켓PRO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한재동 대표의 모습
지난 2일 서울 역삼의 태웅로직스 본사에서 한경 마켓PRO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한재동 대표의 모습
다만 한재동 대표는 '코로나 이전으로 실적이 돌아가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과거 십 수년 간 운임이 계속 하락하면서 해운사 도산 등을 지켜본 업계가 운임 방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는 "선사들이 인위적으로 선박량을 줄이는 등 수익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고 코로나 기간 동안 모든 물류회사의 체력이 보강된 상태"라며 "해운 운임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어느순간 하락이 멈추고 횡보할 것 같고 실적도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우리의 주 거래처인 화학회사들은 원료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고 수출하는데, 최근 화학회사들이 계속 증설을 해 와서 수출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생산거점 블록화 역시 태웅로직스에 수혜인게, 자원은 특정 국가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운송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현금을 많이 쌓아놓은 덕에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레벨을 한 단계 높여놓을 수 있게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태웅로직스는 ISO 탱크 사업을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점 찍고 ISO 탱크를 계속해서 인수해 나가고 있습니다. ISO 탱크는 액상화물 및 가스(LNG, 수소) 등 수송을 위한 특수컨테이너입니다. 태웅로직스는 ISO 탱크를 800개 갖고있었는데 올해 1000개를 추가로 인수했고, 내년에도 1000개 더 늘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대림(약 5000개) 다음으로 ISO 탱크를 많이 가진 기업이 됩니다. 태웅로직스에 따르면 상반기 ISO 탱크 800개가 오로지 운송으로만 쓰였을 때 150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이후 인수한 ISO 탱크는 운송 뿐 아니라 일부는 임대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 대표는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많이 투자하는데 액상화물 운반이 많이 필요하다. 2차전지도 마찬가지"라며 "내년에 ISO 탱크 1000개 인수할 땐 중고가 아니라 신품을 인수할 생각이다. 200~250억원 가량 필요하겠지만 추가적 자본조달 없이 갖고있는 현금으로도 충분히 인수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태웅로직스는 해외 이삿짐 운수업체인 GLS코리아(2020년 인수) 등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해외이삿짐의 경우 리쇼어링 추세가 강해지면서 기업 주재원들이 해외로 많이 거취를 옮기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편 배당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한 대표는 "배당은 계속해서 해 나갈 생각"이라면서도 "사업적으로 부담이 없다면 배당금 확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웅로직스 프로필(11월 8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5860원
PER: 3.47배
동종업종 PER: 6.80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없음

※한경 마켓PRO는 이종근 교보증권 에쿼티영업부 차장과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기업을 대신 탐방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궁금한 기업이 있으시면 마켓PRO 기사 댓글이나 이차장 Live 텔레그램을 통해 탐방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