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던 구미호를 캐릭터화한 ‘새로구미(새로+구미호)’.
한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던 구미호를 캐릭터화한 ‘새로구미(새로+구미호)’.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가 출시 한 달 반 만에 1200만 병 가까이 팔렸다. 처음처럼 새로는 연간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소주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롯데칠성음료가 16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이다.

기존 소주 제품과 달리 과당을 넣지 않은 ‘제로 슈거’ 제품인 점, 기존 처음처럼보다 0.5도 낮은 16도의 알코올 도수로 부드러움을 강조한 것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던 구미호를 캐릭터화한 ‘새로구미(새로+구미호)’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각인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당·편의점 등 입점률 확대

롯데칠성음료, '제로 슈거' 16도 부드러운 맛…'처음처럼 새로' 소주시장 돌풍
8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처음처럼 새로는 지난 9월 14일 출시한 이후 한 달 반여 만에 약 1200만 병의 판매액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의 중심 상권을 시작으로 식당,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입점률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처럼 새로는 롯데칠성음료의 3분기 후반부터 주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의 주류 부문 3분기 매출은 19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이 중 소주 매출이 22% 늘었다.

3분기 주류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2% 감소한 67억원을 나타냈다. 처음처럼 새로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 집행 등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4분기 이후에는 처음처럼 새로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 소주의 시장점유율이 15.4%로 상반기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며 “처음처럼 새로가 일부 경쟁사의 점유율을 가져왔고 기존 처음처럼 오리지널 제품도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제로슈거·저도수로 차별화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신제품을 선보인 건 2006년 처음처럼(360mL) 이후 16년 만이다. 처음처럼 새로는 기존의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다. 대신 효소처리스테비아, 에리스리톨, 스테비올배당체 등을 첨가했다.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으며, 도수는 처음처럼보다 0.5도 낮은 16도로 내렸다. 이로 인해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롯데칠성음료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선 새로의 패키지 디자인이 파격적이란 평가를 내린다. 기존 소주를 상징하는 녹색병이 아닌 투명색 병에 세밀한 세로 홈을 팠다. 회색 뚜껑과 무채색톤의 포장도 기존 소주 제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디자인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처음처럼 새로는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담은 도자기의 곡선미와 물방울이 아래로 흐르는 듯한 세로형 홈을 적용해 한국적이며 현대적인 감성을 녹였고 투명병을 적용해 깔끔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구미호 캐릭터로 MZ세대 공략

새로가 구미호를 캐릭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전래동화부터 최근의 영화, 드라마에서 다양한 느낌의 매력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구미호에서 따온 ‘새로구미(새로+구미호)’를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 캐릭터로 선정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9월 말부터 공식 유튜브 계정 등에서 공개한 ‘소주 새로 탄생 스토리’는 보름간 약 500만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5분 정도 분량의 콘텐츠는 사람의 간을 탐했던 구미호가 새로와 함께 간담췌 전문의 ‘새로구미’로 다시 태어난 이후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룹 ‘에이핑크’ 소속 가수 겸 배우 정은지 씨가 목소리로 새로구미를 연기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첫선을 보인 처음처럼 새로가 코로나로 침체된 소주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새로구미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며 프로모션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