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미분양 공포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11년 만에 미분양 물량이 1만 가구를 돌파한 대구지역 전경.     한경DB
미분양 아파트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미분양 공포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11년 만에 미분양 물량이 1만 가구를 돌파한 대구지역 전경. 한경DB
전국 미분양 물량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구는 미분양 물량이 11년여 만에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충남 천안, 경기 안성·평택, 울산의 미분양도 빠르게 늘어나는 등 전국에 미분양 공포가 퍼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 증가 속도와 미분양 공식 통계에서 빠진 공공물량 등을 따져보면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고 입을 모았다.

미분양 증가세 7년 만에 최대

대구 아파트 어쩌나…"이러다간 큰일 난다" 공포 확산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가구로 집계돼 전월 대비 8882가구(2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가세는 2015년 11월(1만7503가구) 이후 7년 만이다. 전월 대비 증감률 역시 7년여 전인 2015년 11월(54.3%) 후 가장 높았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은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 9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1만 가구를 돌파한 대구는 신규 물량 대부분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8월 2073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9월 3044가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달서구는 2049가구에서 2306가구로, 중구는 967가구에서 1066가구로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 대구 미분양이 1만 가구를 넘은 것은 2011년 8월 이후 11년여 만이다.

경기 안성, 평택 등 수도권 지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안성은 8월 565가구였던 미분양 가구 수가 9월 1468가구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평택도 전무하다시피 했던(8월 27가구) 미분양 물량이 1329가구로 폭증했다.

울산 울주군은 8월 672가구에서 9월 1323가구로, 충남 아산은 551가구에서 1101가구로 늘었다. 한때 청약 불패 시장으로 꼽히던 대전 서구도 같은 기간 289가구에서 1055가구로 한 달 새 미분양 물량이 세 배 넘게 증가했다.

“당해 무순위 청약 개선해야”

미분양 물량 공식 통계에서 빠지는 공공 물량과 30가구 미만 단지,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더하면 실제 미분양 증가세는 훨씬 가파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분양 물량 적체가 심해지면 건설사 유동성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몇 달 만에 1만~2만 가구씩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미분양 가구가 2009년 3월 16만 가구 대비 4분의 1 수준임에도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때보다 상황은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물량이 5만~6만 가구 임계점(최근 20년 미분양 물량 평균)을 넘어서면 기존 매매 가격을 억누르기 때문에 위험 신호”라며 “조만간 미분양 물량이 임계점에 다다를 것인 만큼 선제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달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연구원은 “지금 분양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정부가 경기 성남, 광명, 고양 등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규제 지역 해제와 더불어 당해 지역 무주택자만 계속 무순위 접수를 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